Suits(2011), Drop Dead Diva(2009)-Finding Identity
뒤바뀐 인생
인생역전. 로스쿨을 제대로 다니지도 않았고, 자격증을 따지도 않았는데 어느 날 갑자기 변호사가 되어버린 사람들이 있다.
<Suits>에서 마이크 로스는 한번 본 건 모두 외워버리는 기억력 천재지만 나쁜 친구의 꾐에 빠져 부정행위를 하다가 대학에서 퇴학당했다. 결국 LSAT(로스쿨 입학시험)을 대리로 응시해 로스쿨 합격 점수를 만들어주면서 버는 돈으로 근근이 살아간다. 친구 대신 마약 운반을 하다가 경찰에게 쫓기던 날, 마이크는 승률 100%의 기업합병 전문 변호사 하비 스펙터를 만났다. 하비는 마이크가 로스쿨을 나오지도 않았고, 변호사도 아니라는 걸 알면서도 마이크의 능력을 높이 사 associate로 채용한다. 그렇게 마이크는 느닷없이 하버드 로스쿨을 졸업한 뉴욕의 M&A 전문 변호사가 되었다.
Drop Dead는 갑자기 죽었다라는 뜻과 깜짝 놀랄 만큼 아름다운 미녀를 의미한다. <체인지 디바>라는 제목으로도 알려진 <Drop Dead Diva>에서 24살의 늘씬한 금발 모델 뎁 도킨스는 오디션을 보러 가던 중에 교통사고로 사망했다. 죽은 자들이 모이는 곳에서 천국으로 갈지 지옥으로 갈지 결정하는 순간! “이대로 죽을 수 없다!”고 생각한 뎁이 Return 버튼을 누르지만… 뎁이 돌아간 곳은 자신의 몸이 아니라 같은 시각에 사망한 32살 뚱뚱한 변호사 제인 빙엄의 몸이었다. 엉덩이가 커질까 봐 공부도 안 하고, 대학도 안 갔다는 뎁은 그렇게 LA의 유능한 변호사가 되었다.
Identity란 무엇인가?
Identity는 신분 또는 “정체성”을 의미한다. 에릭슨(Erikson)은 “정체성이란 용어는 자신 내부에서 일관된 동일성을 유지하는 것과 다른 사람과의 어떤 본질적인 특성을 지속적으로 공유하는 것 모두를 의미한다”라고 말한다. 즉, 내부와 외부의 경험 모두가 자신의 정체성을 형성한다.
마이크는 자신의 과거와 위조한 신분이 들통날까 봐 전전긍긍한다. 나쁜 친구를 끊지 못하고, 마약과 사고에 얽히기도 한다. 마이크의 자아는 끊임없이 스스로에 대해 의문을 던진다. 나는 진짜 변호사가 될 수 있을까? 사람들이 나를 의심하지 않을까? 그의 내면의 투쟁과 별도로 변호사로서 마이크는 보통의 하버드 로스쿨 출신 변호사와는 다르게 의뢰인을 돈이 아니라 인간으로 바라본다. 뉴욕의 M&A 전문 변호사에게 그런 인정(人情)은 짐이 될 수도 있지만 결정적인 순간에는 마이크의 인간애가 빛을 발한다.
제인의 몸으로 들어온 뎁은 자신이 누구인지 끊임없이 질문한다. 제인의 과거에 대한 기억은 없고, 제인의 취향도 자신과 어울리지 않는다. 하지만 제인의 몸은 달달한 음식을 원하며, 어려운 법률지식을 쏟아낸다. 변호사로서 부와 명성을 얻었지만 아름다운 몸과 사랑하는 연인을 잃었다. 뎁은 제인이 되어버린 운명을 원망하지만 점차 변호사인 제인의 삶에 적응하기 시작한다.
중요한 건 Attitude!
정체성은 내면의 투쟁과 외부의 인정이 씨줄과 날줄처럼 엮여 형성된다. 마이크와 제인의 내면은 끊임없이 자신의 능력과 운명에 대해 의문을 던지고, 좌절하며, 도망치고 싶어한다. 그러나 그들 주변에는 마이크와 제인을 도와주는 동료와 변호사로서 인정해주는 클라이언트가 있다.
하비는 마이크에게 가장 좋은 수트(Suits)를 입어야 한다고 말한다. 변호사에게 수트는 그냥 옷이 아닌 전투복이며, 따라서 좋은 수트는 돈 자랑이 아니라 자신의 가치를 증명해 보이기 위한 도구이다. 수트를 바꿔 입은 순간 학력 위조범 마이크는 하버드 출신의 M&A 변호사로서의 정체성을 선택한다. 신입 변호사이면서도 거대 클라이언트에게 당당한 태도를 보이고, 거래 상대방에게 주눅 들지 않는다.
제인은 똑똑하며, 따뜻한 마음을 지닌 변호사였지만 뚱뚱한 외모와 내성적인 성격 때문에 어딘가 늘 주눅 들어 있었다. 동료 변호사인 킴에게 구박받으면서도 제대로 반론을 펼치지 못했고, 자신의 능력에 비해 적은 보상을 받고 있었으며, 로맨스 사기를 당하기도 하면서 호구 취급을 받았다. 제인이 된 뎁은 호구인 제인을 당당한 여성으로 바꾼다. 뚱뚱하지만 미니스커트를 입고, 자신에게 어울리는 화장을 하고, 허리를 쭉 펴고 당당하게 걷는다. 클라이언트에게도, 상사에게도, 남자친구에게도 자신이 원하는 것을 분명하게 밝히고, 정당한 대우를 요구한다. 여자라서, 뚱뚱해서, 마이너라서 피해를 본 클라이언트에게 세상을 향해 당당하게 맞서는 법을 알려준다.
자신에 대한 믿음이 단단한 내면의 자아를 형성하고, 남들이 인정하는 외부의 자아를 만든다. 그렇게 나의 태도가 나를 만들어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