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것이 문화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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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출처: 네이버 영화

 

1. 그렇게 알면서 모르는 척 어른이 되어간다

 

옥주는 알고 있다.

반지하방을 떠나 할아버지 집으로 가야 하는 이유를.

아빠가 쌍꺼풀 수술비 70만원도 줄 수 없다는 것을.

고모가 왜 할아버지 집으로 들어왔고, 왜 밤마다 나가서 혼자 담배를 태우는지도.

엄마가 왜 떠났는지도.

 

그래서 동주한테 눈치 좀 챙기라고, 자존심도 없냐고 타박을 준다.

 

옥주는 알고 있었다.

아빠가 짝퉁 신발을 팔고 있다는 걸.

남자친구는 내가 먼저 연락하지 않으면 만나주지 않는다는 걸.

아빠와 고모가 할아버지를 떠나보내려 한다는 걸.

사실은 엄마가 보고 싶다는 걸.

 

알고는 있지만 인정하고 싶지 않았고, 그 사실을 마주했을 때 옥주는 뛰어나가 버린다.

 

어른들은 이미 다 알고 있다.

할아버지는 자식들이 왜 자기 집으로 모이는지 알고 있었고, 자식들이 자기를 어디로 보내려는지 알고 있다.

하지만 아무 말도 없이 그저 웃기만 한다.

 

어른이 된다는 건 알면서 모르는 척 그렇게 버텨야 하는 것일까.

 

2. 빈 자리는 미련과 그리움으로 채워진다

 

영화의 여백을 채우는 미련은 아버지의 봉고차에서, 할아버지의 오디오에서 느리게 흘러나온다.

엄마의 부재, 할아버지에 대한 미안함, 낯설음, 원망, 그리고 그리움이 미련과 함께 밀려온다.

 

할아버지의 장례식이 끝나고 빈 집에 들어섰을 때, 옥주는 부재를 인정해야만 하기에 머뭇거린다.

짧은 여름방학의 기억이 할아버지의 죽음이라는 벽에 막혀 결국은 울고 만다.

 

3. 그건 꿈이었을까

 

아빠와 고모는 어렸을 때 했던 장난, 어머니가 자길 안고 있던 기억이 꿈으로 나타난다고 이야기했다.

옥주는 장례식장에서 엄마의 모습을 보았다. 가족 모두가 모여 밥 먹고 즐겁게 웃고 떠들었다.

그건 꿈이었을까.

 

영화 마지막에 옥주는 한바탕 울고 난 후 새근새근 잠을 잔다.

늦여름의 게으른 햇살을 받으며 자고 있는 옥주에게 이번 여름의 경험은 마치 꿈같지 않을까.

 

4. 서서히 스며드는 감정

 

영화는 옥주의 시선을 따라가지만 멀찍이 떨어져서 인물을 관찰한다.

멀어져가는 봉고차 차창으로, 백미러 2개에 비치는 아버지와 딸의 표정으로, 양옥집 거실 창을 너머 보이는 텃밭으로, 나무계단 위에서 내려다 보이는 거실로

그렇게 멀리서 바라만 보는데도, 옥주의 감정은 마치 수묵화처럼 관객에게 번져온다.

서서히 스며들어 영화 마지막에는 옥주와 함께 울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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