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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출처: 네이버 영화

 

1. 긴장감이 떨어지는 미스터리, 하지만

 

유명 추리소설 작가가 85세 생일이 지난 다음 날, 숨진 채로 발견됐다. 자살로도, 타살로도 보이는 그의 죽음. 유족들은 막대한 유산을 둘러싸고 막장 드라마를 찍고, 모두가 나름의 알리바이와 살인 동기를 갖고 있다. 과연 범인은 누구인가. 누가 막대한 유산을 차지하게 될 것인가.

 

Knives out칼을 빼다라는 의미이다. 베스트셀러 작가인 할란은 단도로 자기 목을 그어서 죽었고, 영화 마지막 부분에 범인이 서재에 있는 칼을 빼서 난동을 피운다. 하지만 이 영화가 말하는 은 물리적 칼 이상을 의미한다.

그것은 지금 미국을 덮고 있는 암울한 상황을 걷어내야 할 때, 이제 행동해야 할 때를 의미하는 게 아닐까.

 

미스터리 영화이고, 아가사 크리스티 작품처럼 탐정을 내세워 추리를 하고 있지만 의외로 범인은 금방 밝혀진다. 오히려 범인 찾기에만 몰두했다면 영화가 밋밋하게 느껴질 것이다.

 

하지만 이 영화를 2019년에 개봉한 이유, 2020년에 이 영화를 꼭 봐야 할 이유는 이 영화가 단순히 범인 찾기 영화가 아닌 “미국의 주인”에 관한 영화이기 때문이다.

 

영화에서 트롬비의 가족들은 각자 인종차별적, 백인 우월주의적 발언을 내뱉는다. 그리고 이런 발언을 네오 나치라고 비판한 멕 조차도 할아버지의 막대한 유산 앞에서 마틸다를 불법 이민자로 취급하며 돌아선다.

 

그렇다. 이 영화는 불법 이민자를 거부하는 백인 기득권층에게 펀치를 날리는 영화이다. 허술한 미스터리임에도 이 영화가 빛나는 것은 이민자(그것이 불법이든 합법이든)에 대한 기득권층의 차가운 시선을 그리며, 동시에 미국의 주인이 누구여야 하는가를 묻기 때문이다.

 

2020년은 미국 대선이 있는 해이다. 이 글을 쓰는 시점으로부터 미국 대선은 채 한 달이 남지 않았다. 트럼프는 재선할 수 있을까? 아니면 다시 민주당이 집권하게 될까? 집권 세력이 바뀐다고 해서 미국은 지금보다 나아질까? 영화는 이민자 문제 앞에서 보수나 진보가 다를 바 없이 위선적이라고 꼬집는다. 그리고 우리가 진정으로 추구해야 하는 덕목에 대해 묻는다.

 

2. 위선과 진심

 

트롬비 가문의 일원들은 자타공인 미국의 백인 기득권층이다. 그들은 서로 예의를 지키지만 위선, 그 자체이다. 막대한 유산 앞에서는 육탄전을 마다하지 않고, 온갖 험한 욕도 쏟아낸다. 고용인들을 가족으로 여긴다”라고 하지만 정작 그 출신지가 어디인지도 제대로 모른다. 그저 남미 출신이며, “미국에 들어와서는 안된다”라고 생각한다.

반면 할란 트롬비의 유일한 친구인 마틸다는 진심으로 사람을 대한다. 그녀는 자신이 불리한 상황에서도 사람을 구하는 것을 먼저 생각한다. 자신의 출신지조차 제대로 모르고, 면전에서 불법 이민자라고 소리치는 트롬비의 가족들에게 선의를 베푼다. 그녀는 진심으로 사람을 대한 덕분에 살인 누명을 벗었고, 상속자가 되었다.

 

이제 미국의 상속자는 누가 되어야 할까?

 

3. My House, My Rules, My Coffee

 

영화 시작 부분에 할란 트롬비의 머그컵에 적힌 이 문구는 영화 마지막에 다시 한번 클로즈업된다. 마틸다는 집과 부를 모두 가졌지만 그들과는 다를 것이다. 그것이 그녀가 상속자가 된 이유이다.

 

백인 기득권층은 미국은 자신들의 땅이며, Make America Great Again을 외친다. 하지만 애초에 미국은 이민자의 나라이다. 굳이 주인을 따지자면 미국 인디언의 땅이다. 영화에서도 자신의 조상들의 유산을 마틸다가 가로채려 한다고 주장하는 랜섬에게 탐정은 원래 이 집도 너희 조상의 것이 아니다. 30여년 전에 파키스탄 부자한테 산 거란다라며 조소를 날린다.

 

 

처음부터 백인 기득권층의 것이 아니었다. 자유와 더 나은 삶을 찾아 떠나온 이민자가 이룬 나라가 오늘날의 미국이며, 따라서 지금의 이민자들이 미국에서 배척받을 이유도 없다. 오히려 인간을 진심으로 대하는 자가 미국의 새로운 주인이 되어야 하지 않을까.

 

2020년, 미국은 자신의 미래에 대해 어떤 선택을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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