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자 참외 모양 병(靑磁 瓜形 甁, 청자 과형 병), 국보 94호(한국 국립중앙박물관)
1. 유려한 형태와 비색의 조화 ‘유려하다’는 글이나 말, 곡선 따위가 거침없이 미끈하고, 아름답다는 뜻이다. 얇은 꽃잎으로 만든 병 주둥이에서 가는 목덜미를 타고 내려와 참외 모양의 몸통으로 이어지는 곡선을 보고 있노라면 ‘유려하다’라는 단어가 절로 떠오른다. 우아하고, 아름답다. 사람으로 치면 억지로 꾸미지 않았지만 자세가 좋아 저절로 우아함이 나오는 미인을 보는 것 같다. 형태만 좋았다면 아쉬움이 남았을 것이다. 하지만 비 갠 후 하늘빛을 담은 비색은 도자기를 더욱 단아하고, 우아하게 보이게 한다. 혜곡 최순우 선생은 청자의 비색(翡色)을 “고려 사람들의 오랜 시름과 염원, 그리고 가냘픈 애환을 한꺼번에 걸러낸 것만 같은 푸른빛, 으스댈 줄도 빈정댈 줄도 모르는, 그리고 때로는 미소하고 때로는 속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