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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출처: 네이버 영화

 

1. 비틀즈 노래는 저작권이 비싸다!

이마트에 갔더니 비틀즈의 "Ob-La-Di, Ob-La-Da"가 나오고 있었다. 비틀즈 노래는 저작권 허가 얻기도 어렵고, 저작권료도 말도 못 하게 비싸다고 알고 있었기에 매우 놀랐다! 알고 보니 이마트가 비틀스 콜라보 상품을 출시한 기념으로 틀어주는 것이었다.

 

퀸의 노래가 저작권 이용에 너그러워 다수의 광고와 방송에서 엄청나게 쓰이고,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에서도 풀 버전으로 실린 것과 대조적으로 비틀즈의 노래는 일단 저작권 승인 얻기도 어렵고, 저작권료도 비싸다고 한다. 그런 이유로 영화 <예스터데이>에서는 거의 대부분의 노래가 한 소절씩만 부르다 끝나고, 그나마도 비틀의 목소리가 아니라 주인공이 부르다가 끝난다. 그래서 <보헤미안 랩소디> 같은 싱어롱을 기대하고 갔던 관객들이 엄청 실망했다고 한다.

 

그렇게 쬐끔씩만 노래를 부르는데도 저작권료가 제작비의 1/3을 넘어 약 120억 원이라고 한다!

그러니 새삼스럽게 저 노래를 이마트에서 들으면서 "이마트 돈 좀 썼나보네" 싶었다.

 

2. Yesterday

비틀즈의 예스터데이는 아주 오랫동안 한국인이 사랑하는 팝송 1위를 차지했다. 물론 비틀의 많은 노래가 많은 사랑을 받고 있지만 유독 한국인이 이 곡을 더 좋아하는 것 같다. 다른 국가에서는 예스터데이가 1위를 차지하지는 않는데, 유독 한국에서는 오랫동안 1위 자리를 내놓지 않았다.

 

처음 영어를 배울 때, 유명 팝송 받아쓰기를 했었고, 당연히 예스터데이도 영어공부용 받아쓰기로 처음 접했다. 나는 그렇게 비틀의 <예스터데이>와 존 덴버의 <Take me home, country road>와 사이먼 앤 가펑클의 곡들과 무수히 많은 올드 팝을 배웠다. 그래서 그런지 그 곡들은 나에게 "음악"이라기 보다 "텍스트"이고, "과제"였다. 한 번도 제대로 노래를 음미한 적이 없이 그저 가사 받아 적기에만 급급했던 것 같다. 그래서 나는 "한국인이 사랑하는 팝송 1위"라는 타이틀에 쉽게 공감하지 못했다. 아니 다른 좋은 곡들도 많은데, 왜 하필 저렇게 축축 쳐지는 곡을?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영화에서 해질녁 해변에서 부르는 예스터데이를 듣고 눈물이 흘렀다. 아 이런 곡이었구나... 이렇게 안타까웠구나...

 

3. Life goes on

영화는 "어느 날 갑자기 비틀가 세상에서 사라졌다"라는 자극적인(??) 소재와 제작사인 워킹 타이틀의 고전적인 주제가 어우러져 있다. 잭은 가수를 꿈꾸지만(안정적인 직업인 학교 선생님도 때려치우고!), 현실은 그저 무명가수. 그나마도 설 자리를 점점 잃어가는데, 이런 잭을 응원하는 건 오로지 소꿉친구 엘리밖에 없다. 그런 잭은 대정전이 일어난 순간에 교통사고를 당하게 되고 깨어나 보니 아주 웃기게 앞니가 빠져버렸다. 그리고... 세상에서 "비틀"가 사라졌다!!!(비틀만 사라진 건 아니다. 코카콜라, 오아시스 등등 많은 것이 사라졌다) 잭은 비틀의 노래를 불러 유명 스타가 되는데...

 

영화는 비틀즈 음악이 가진 힘을 보여줌과 동시에 비틀에 의존하지 않으면 스타가 될 수 없는 잭의 한계도 보여준다. 잭은 인기를 얻기 위해서, 한편으로는 비틀즈의 음악을 세상에 정확히 남겨야 한다는 신념으로 노력하지만 쉽지 않다. 비틀즈의 족적을 쫓아가기도 바쁜데, 미국 아이돌 시스템에 휘둘리면서 잭은 점점 지쳐간다. 그 과정을 거쳐 워킹 타이틀이 강조하는 주제 "소규모 커뮤니티로 돌아오라. 일상이 소중하다. 주변 사람들을 잘 챙기자"로 귀결된다.

 

영화 마지막에 엘리와 결혼하고, 아이를 낳고, 다시 학교 선생님이 된 잭이 학교에서 아이들과 함께 "Ob-La-Di, Ob-La-Da"를 부르면서 "그래. 이렇게도 살아가는거지(Life goes on)"라고 이야기한다.

 

4. 만약에 존이 살아있다면

워킹타이틀의 주제는 "존"을 통해서도 나타난다. 나도 알고, 당신도 아는 그 "존". 존이 지금까지 살아있었다면... 그랬다면 어땠을까... 행복했을까? 평범하게 살고 있는 존을 만나고 나서, 잭이 마음을 돌린 것은 워킹타이틀이 강조하는 주제와 관련이 있다고 본다. 가족과 평범하게 잘 살았어. 그래 그걸로 괜찮아. 나쁘지 않았어.

 

5. Hey, Jude

영화에서 유일하게 비틀즈의 목소리로 풀 버전으로 나오는 곡이다. 맨 마지막에 엔딩크레딧이 올라갈 때 "Hey, Jude"를 들으면서 얼마나 울었는지. 이 노래가 이렇게 따뜻했구나 싶었다.

 

2012년 런던에서 열린 올림픽. 개막식의 마지막 순서는 폴 매카트니가 부르는 "Hey, Jude"였다.

 

2012년 런던 올림픽 개막식은 전회인 베이징의 엄청난 물량공세에 비하면 결코 돈을 많이 들인 티는 나지 않았다. 베이징 올림픽이 엄청난 인력 공세(역시 매스게임 짱!)+돈지랄(불꽃놀이 합성)+신기술 잔치였기에 그 뒤에 열리는 올림픽은 그에 밀릴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뚜껑을 열어보니 런던 아니 영국은 그들만이 할 수 있는 것으로 가장 영국답지만, 가장 세계적인 개막식을 만들어냈다. 영국이 일궈낸 산업 혁명이라든지 문화적 유산을 보여주고, 그 마지막은 비틀즈의 노래로 마무리했다. 어느 나라의 팝송을 전 세계 사람들 모두가 따라 부를 수 있을까? 개막식에 모인 전세계 사람들이 헤이 쥬드를 다같이 부르는데, 소름이 확 끼쳤다. 이것이 돈으로 따라잡을 수 없는 영국의 저력이구나 싶었다.

 

유행가가 되는 건 어렵다. 하루에도 수많은 곡들이 쏟아지지만 사람들 입에 오르내리는 곡이 되기는 어렵다. 유행가가 되었다고 해도 오래 버티는 건 훨씬 더 어렵다. 비틀즈의 저력은 지금 들어도 촌스럽지 않은 노래들로, 모두의 마음을 어루만져 준다는 데 있다고 본다. 그리고 그걸 전세계 사람들이 따라부를 수 있다는 점에서 비틀즈는 넘어설 수 없는 존재가 되었다.

 

비틀즈가 있어줘서 고맙다. Hey, Jude를 들려주어 고맙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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