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것이 문화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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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출처: 국립중앙박물관

 

1. 유려한 형태와 비색의 조화

‘유려하다’는 글이나 말, 곡선 따위가 거침없이 미끈하고, 아름답다는 뜻이다. 얇은 꽃잎으로 만든 병 주둥이에서 가는 목덜미를 타고 내려와 참외 모양의 몸통으로 이어지는 곡선을 보고 있노라면 ‘유려하다’라는 단어가 절로 떠오른다. 우아하고, 아름답다. 사람으로 치면 억지로 꾸미지 않았지만 자세가 좋아 저절로 우아함이 나오는 미인을 보는 것 같다.

 

형태만 좋았다면 아쉬움이 남았을 것이다. 하지만 비 갠 후 하늘빛을 담은 비색은 도자기를 더욱 단아하고, 우아하게 보이게 한다. 혜곡 최순우 선생은 청자의 비색(翡色)을 “고려 사람들의 오랜 시름과 염원, 그리고 가냘픈 애환을 한꺼번에 걸러낸 것만 같은 푸른빛, 으스댈 줄도 빈정댈 줄도 모르는, 그리고 때로는 미소하고 때로는 속삭이는, 또 때로는 깊은 생각에 호젓이 잠겨 있는 푸른빛”이라고 표현했다.

 

과하지도 않고, 그렇다고 흐리지도 않은 비색과 유려한 형태가 어우러져 그저 하염없이 바라만 보고 있게 된다. 보고 있으면서 마음까지 비색으로 물들게 된다.

 

 

사진 직접 촬영

2. 12세기 고려청자

국보 94호 청자 참외 모양 병은 고려 17대 임금인 ‘인종’의 능에서 출토되었는데, '황통육년(皇統六年)'(1146)이라는 정확한 연대가 적힌 시책과 함께 발견되었기 때문에 출토지, 제작연도, 소장자를 정확히 알 수 있다. 고려의 청자는 10세기경 중국 남방의 월주요 계열의 기법을 받아들여 시작되었다고 한다. 중국 도자기의 기이한 형태와 화려한 색감을 흉내 내지 않고, 불과 100여 년 만에 이와 같은 독자적인 형태와 색감을 만들어낸 것이다.

 

무엇인가를 계속 더해가는 건 쉬울 수 있다. 오히려 덜어내는 것이 어렵다. 사람이 사는 것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끊임없이 추구해야 할 본질이 무엇인가, 그 길로 제대로 가고 있는 것인가를 생각해 본다.

 

이 글은 국립중앙박물관 홈페이지와 관련 도서를 참조해서 작성했습니다. 이 글의 상업적 이용과 무단 도용을 금지합니다. 사진의 저작권은 사진 출처에 속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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