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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출처: 예스24

 

그 개는 무엇을 보았나

국내도서

저자 : 말콤 글래드웰(Malcolm Gladwell) / 김태훈역

출판 : 김영사 2010.0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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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인의 해석

국내도서

저자 : 말콤 글래드웰(Malcolm Gladwell) / 유강은역

출판 : 김영사 2020.0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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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다른 사람들은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먼저 "그 개는 무엇을 보았나(What the dog saw)"를 살펴보자. 서문에서 밝히고 있듯이 말콤 그래드웰(이하 작가)은 늘 타인의 "생각"이 궁금했다. 도대체 다른 사람들은 무슨 생각을 해서 이런 글을 썼을까? 왜 그렇게 행동을 했을까? 그 호기심이 글을 쓰게 하고, 수많은 사람들을 인터뷰하게 하는 원동력이 되었다.

 

이 책은 작가가 그동안 기고했던 글 중에서 19편을 뽑아서 엮은 책이다. 각각의 글은 하나의 칼럼이고, 사례 중심으로 마치 연극을 보듯이 극적으로 서술하고 있기 때문에 재밌게 읽어 나갈 수 있다. 하지만 책 전체로 보면 처음부터 하나의 주제로 써 내려간 것이 아니기 때문에 도대체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건가 싶다. 약간 억지스럽게 만든 각 챕터는 1) 마이너, 외골수들의 이야기 2) 이론, 예측, 진단에 관한 이야기 3) 인격, 성격, 지성에 대한 이야기로 나뉘어져 있다.

 

수많은 사례를 통해 어떤 이의 성공과 실패를 이야기하고, 그 기저에 놓인 원인을 찾아간다. 그리고 그 사례들에서 하나의 큰 결론에 도달할 수 있다.

 

2. 우리는 잘못된 판단을 하고 있다!

그렇다. 염색약 광고 문구를 뽑는 사람들은 "좀 더 이뻐지고, 자유로워지려는" 여성의 심리를 잘못 읽었다. 머스타드는 수십종이지만 케첩은 하인즈 독주 체제가 될 수 있었던 것은 하인즈가 "적당히 괜찮은 맛과 사용하기 편리한 용기"를 제공했기 때문이다. 모든 이의 취향을 다 맞출 수도 없고, 그렇다고 성공하는 것이 아니다. 주방 용품 마케팅은 "물건"이 아닌 "경험"을 파는 것이며, 피임약 개발자도 여성의 몸을 제대로 모르고 그걸 개발했다.

 

끔찍한 금융 스캔들인 엔론 사건에서 사람들은 엔론이 "진실을 은폐했다"고 비난했다. 즉, 부실 기업인데도 속였다는 것이다. 하지만 엔론 사건에서 정보는 "숨겨지거나 부족하지 않았다." 오히려 정보가 지나친 것이 문제였다. 석사 과정 수준의 학생들도 충분히(시간은 좀 많이 걸렸지만) 엔론의 부실 회계를 밝혀낼 수 있었다. 다만, 우리가 그것을 보고 싶지 않았을 뿐이었다. 주어진 정보를 무시하고 자의적으로 해석한 것은 엔론 사례 뿐만이 아니다. 이라크 전쟁을 촉발한 항공 사진이나 챌린저호 폭발 사건에서 전문가든 의사 결정자든 "자의적으로" 해석했다. 

 

자의적 판단은 여기에서 그치지 않는다. 엔론은 "가장 똑똑한 학생들"을 채용했고, 그들에게 많은 권한을 부여했다. 그것이 기업 성공의 비결이라고 맥킨지가 말했다! 비즈니스 스쿨을 나온 고스펙 똑똑한 학생들은 많은 것들을 시도했고, 제대로 책임지지 않았고, 적당히 성과를 포장했으며, 결국 엔론이 망했다! 마찬가지로 면접에서 첫인상이 모든 업무 능력을 대변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첫인상은 채용에 엄청난 영향을 미친다.  

 

사람들은 노숙자를 잘 돌보는 것이 노숙자 문제의 (도덕적이고, 동시에 경제적인) 해결책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노숙자 1인이 쓰는 의료비 때문에 지자체 재원이 고갈나고 있으며, 나아가 새로운 노숙자를 양산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성급하게 일반화를 하기도 한다. 핏불이 사람을 물어서 죽였으면 그 핏불이 놓인 환경이나 주인의 잘못을 생각하지 않고, "모든" 핏불이 폭력적이라고 생각한다. 프로파일링으로 범죄자를 맞춘 적이 있다면 프로파일링을 중요한 문제 해결 수단으로 생각하게 된다. 사실 프로파일러가 이야기 하는 특징들은 점쟁이가 말하는 것처럼 다양하게 해석될 여지가 많은데도 그렇다. 게다가 "신문에 나온 글"은 인용없이 베껴도 된다고 생각한다. 그 글을 통해 새로운 글을 썼다면, 새 생명을 불어넣은 것으로 괜찮은 것인가? 신문에 나온 글은 인용 문구 하나 없이 가져다 써도 되는 것인가? 그것이 칼럼이라 할지라도?

 

작가는 다양한 사례들을 통해 우리가 잘못된 판단을 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그러면서 왜 그렇게 행동하게 되었을까?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는 것일까? 에 대해 파고든다. 결국 잘못된 판단을 피하기 위해서는 더욱 신중해져야 하고, 입장을 바꿔서 생각해 봐야한다. 신중한 결정의 예로 '블랙 스완'을 주장한 나심 탈레브를 든다. 그는 항상 최악의 경우를 생각한다. 미래를 "정확하게 예측할 수 없다"고 생각하며, 가장 최악의 경우에 베팅한다. 동시에 입장을 바꿔서도 생각해봐야 한다. 개 심리학자 시저 밀란이 개를 잘 다룰 수 있는 것은 그가 "개의 입장"에서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 개는 도대체 무엇을 보고, 어떻게 판단한 것일까를 생각했기 때문에 개를 잘 다룰 수 있는 것이다. 

 

다시 이 책의 제목인 "그 개는 무엇을 보았나"로 돌아오자. 결국 "상대방의 입장에서 신중하게 생각해야 잘못된 판단을 피할 수 있다"는 결론에 도달하게 된다. 

 

3. 왜 낯선 사람을 "잘 안다고" 착각하게 되는 것일까?

작가는 신작인 "타인의 해석(Talking to strager)"에서 낯선 사람을 잘 안다고 착각해서 발생한 여러 사례를 살펴본다. 오랫동안 동료를 속여온 스파이나 히틀러의 거짓말을 믿은 체임벌린의 사례를 통해 전작에서 살펴본 오판의 가능성을 "타인"에 한정해서 탐구한다. 

 

작가는 우리가 타인을 만났을 때 다음과 같은 생각을 하게 된다고 본다.

 

1) 진실 기본값: 일단 그 사람을 믿는다. 그 사람이 진실된 사람이라고,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2) 투명성 이론: 사회마다 고유한 합의(제스쳐나 용어)가 있고, 그것을 기준으로 상대방을 판단한다. 그리고 내면과 행동을 일치시키는 방향으로 합의가 형성되었다. 예를 들어, 잘못한 것이 있으면 어깨를 떨어뜨리고, 미안한 표정을 짓는 것이 사회적으로 "합의된" 제스쳐다. 방 안을 방방 뛰고, 웃으며 이야기하게 되면 거의 대부분의 문화권에서는 잘못을 늬우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기쁠 땐 웃고, 슬플 땐 운다. 

3) 결합 조건: 특정 방법이나 특정 장소와 결합되었을 때 나쁜 상황이 더 자주 일어난다. 

 

덧붙여 고문받은 테러리스트처럼 극단적인 스트레스 상황에서는 진실을 말할 수 없을 수 있음에 주목했다. 

 

작가는 타인을 무조건 믿어서는 안되며, 투명성 이론을 100% 적용할 수 없는 경우도 있음을 지적했다. 즉, 아만다 녹스처럼 룸메이트가 죽어도 "슬퍼하는 표정" 없이 방안을 방방 뛰어다니는 사람도 있음을 받아들여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특정한 상황에서 더 나쁜 사건이 발생할 수 있으므로 더욱 조심해야 한다. 이런 분석을 바탕으로 샌드라 블렌드 사건에서 "백인 경찰관 앤시니아"의 실수를 추적해간다. 그는 타인을 의심했으나 투명성 이론을 지나치게 적용했고, 특정한 상황(타 지방의 번호판, 어지러진 차 안 등)에 집착했다. 그 결과 신실하고, 똑똑한 샌드라 블렌드는 불필요하게 유치장에 갇혔고, 3일 만에 자살했다.

 

4. 잘못된 판단을 하고 싶지 않으면... 모든 것을 신중하게 바라보라.

최악의 경우를 피하고 싶다면 모든 것을 의심하고, 고정관념에서 벗어나 마이너의 상황에도 주목해야 한다. 경찰을 보고 초조해 한다고 범죄자라고 생각하면 안되고, 룸메이트가 피투성이가 되었어도 웃으면서 뛰어다니는 애가 정상이라고도 생각해야 한다. 특정 상황에 집착하지 말고, 모든 가능한 경우를 다 생각해야 한다.

 

하지만... 그렇게 살 수 있을까?

 

5. 인간이 고정관념에 의존하는 것은 생존을 위한 최적의 방법이다!

물론 모든 상황에 신중할 수 있다면 좋은 판단을 내릴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인간이 왜 편견이라 불리는 사회적 고정관념과 합의에 근거해 판단을 해왔는지를 생각해봐야 한다. 작가도 메이도프의 사기를 찾아낸 해리 미코폴로스의 사례에서 지적했듯이 모든 상황을 의심하고, 과잉 반응한다면 "정상적인" 삶을 살 수가 없다.

 

인간은 오랜 기간 생존을 위해 "효율적 의사소통"과 "사회적 조정 기능"을 발달시켜왔다. 일단 타인을 믿고 시작하는 편이 무조건 의심하는 것보다 처리해야할 정보가 적다. 이것이 효율적이다. 타인이 나를 속이는 경우보다 진실을 말하는 경우가 훨씬 많기 때문이다. 투명성 이론처럼 사회적으로 합의된 문명, 제스쳐가 있다면 그 정보를 기본값으로 해석하면 된다. 모든 경우의 수를 따지지 않아도 된다. 이 편이 사회적, 정신적으로 비용이 덜 드는 방법이며, 타인과의 관계를 원활하게 가져갈 수 있다.

 

결국 우리는 일정 부분의 오판을 피할 수 없다. 그저 아주 조금 더 신경써서 오판을 줄일려고 노력할 뿐이다. 그렇지 않고서는 평범하게 살 수가 없다.

 

6. 신선한 문제 제기. 그러나...

처음 사례로 돌아가자. 펜타곤의 여왕은 정말 "낯선 사람"이었을까? 그녀가 속인 것은 같이 일하던 동료들이었고, 그동안 그녀가 쌓아온 평판과 스펙을 통해 사람을 판단했다. 그녀에게 속은 사람들치고 정말 그녀를 "처음 보는" 사람은 없었다.

체임벌린은 히틀러의 의도를 의심하고, 그의 본질을 간파할 수 있었을까? 아마 그럴 수 없었을 것이라고 본다. 체임벌린은 천성부터 히틀러와 다른 사람이다. 많은 분석가들이 지적했듯이 히틀러의 본질을 간파하고, 그를 멀리해야 한다고 끝까지 주장한 사람은 윈스턴 처칠뿐이었다. 그리고 처칠은 자타공인 히틀러와 가장 기질이 비슷했고, 마찬가지로 전쟁광이었다. 다만 지향하는 목적이 달랐기 때문에 한 사람은 인류의 공적(公敵)이 되었고, 다른 한 사람은 자유 세계의 구원자가 되었다.

샌드라 블렌드는 정말 억울하게 죽은 것일까? 그녀가 흑인이라서 과잉 진압되었다는 점은 부정할 수 없다. 하지만 해당 문화권에서 오랫동안 살아왔음에도 충분히 의심을 살만한 행동(신경질적인 반응, 차 안에서 뭔가를 찾는 행동)을 했다. 투명성 이론을 공유하는 사람임에도 상황을 최악으로 이끌고 간 점도 분명히 있다. 

 

작가의 문제 제기는 신선하다. 많은 것들을 한 겹 벗겨내 생각해보게 한다. 하지만 몇몇 사례는 비약과 억지도 보이며, 때로는 지나치게 이상적인 방향으로 이끌어간다. 

 

그럼에도 우리가 "잘못 판단할 수 있다"고, 그러니까 "더욱 신중해야 한다"고 경종을 울리는 점은 새겨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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