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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출처: 예스24

 

아웃라이어 - 10주년 리커버 에디션

국내도서

저자 : 말콤 글래드웰(Malcolm Gladwell) / 노정태역

출판 : 김영사 2019.0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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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말콤 그래드웰이 제시하는 성공의 공식

성공=재능+노력+기회

 

Outliers(틀을 벗어난 사람), 즉 큰 성공을 거둔 사람들의 사례를 통해 성공의 요인을 살펴본다. 저자는 위의 3가지 요소가 결합되었을 때에만 세상을 흔들만한 대박 성공을 거둘 수 있다고 말한다.

 

특히 지금까지의 성공 공식이 재능 또는 노력에만 치우쳤음을 지적하며, "기회"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즉, 이 책은 평범한 사람들이 성공할 수 있는 조건을 이야기하지 않는다. 뛰어난 재능을 갖고 있고, 충분히 노력도 한 사람이 "기회"를 잡아야 큰 성공을 거둘 수 있다고 말한다.

 

2. 재능과 노력, 하지만 기회

기존의 성공 공식은 재능과 노력을 강조했다. 특히 운동선수의 경우, 뛰어난 신체 능력과 누적된 노력이 있어야만 가능하다. 저자는 재능의 중요성을 부인하지 않는다. 뛰어난 IQ와 신체적 능력은 당연히 필요하다. 하지만 이것만으로는 성공할 수 없다. 그러면서 "기회"를 가진 사람들이 노력도 할 수 있다고 말한다.

 

흔히 이 책은 "1만 시간 법칙"을 강조한다고들 본다. 하지만 1만 시간을 쌓을 수 있는 것도 "기회"이며, 이런 기회를 갖지 못한 사람은 1만 시간을 갖지 못한다고 본다. 예를 들어보자. 타이거 우즈는 재능이 있다. 노력도 했다. 하지만 이건 그의 재능을 일찍이 알아본 그의 아버지 덕에 가능했다. 그의 아버지는 군인 출신에 다양한 스포츠를 즐겼고, 스스로가 신체능력에 관심이 많았다. 그래서 아들의 재능을 쉽게 파악할 수 있었고, 영재 교육을 시킬 수 있었다. 만약 타이거 우즈가 운동 재능을 발견해주지 못하는 부모를 만났다면? 그가 다닌 학교 교사들도 아이들의 재능에 관심이 없는 사람이었다면? 우리는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를 만날 수 없었을 것이다.

 

저자는 이를 캐나다 주니어 아이스하키 리그의 예로 든다. 1월 1일을 기준으로 동일 나이의 아이들을 주니어 리그로 나누기 때문에 1-2월 태어난 아이들이 월등하게 유리한 기회를 가진다는 것이다. 이는 캐나다 아이스하키가 어린 나이에 시작하기 때문이다. 3-4살이면 아이들은 스케이트를 신고 빙판에 나간다. 생각해보자. 3-4살 아이에게 1년은 정말 큰 시간이다. 11개월 아이와 22개월 아이는 덩치도, 인지능력도 다르다. 따라서 동일한 나이라고 하더라도 일찍 태어난 아이들이 더 큰 덩치와 신체능력 때문에, 그것이 "천부적 재능"이라고 인정받으며 더 많은 기회를 갖게 된다. 상위 리그에 편입되고, 더 좋은 선생님을 만나고, 더 훌륭한 경쟁자를 만나 자극을 받으며 성장한다. 그런 시간이 쌓이면 처음에 기회를 갖지 못한 동년배와 상당한 차이가 벌어진다. 그렇게 격차가 벌어지면 기회를 잡지 못한 사람들은 1만 시간을 쌓을 수 조차 없다.

 

3. 기회의 구성요소

그렇다면 기회는 무엇으로 이루어지는가. 저자는 이를 크게 1) 가정환경, 2) 시대 흐름, 3) 기술 보유 여부, 4) 우연적 요소로 설명한다.

 

1) 가정환경

재능을 발견하고, 이를 키워주는 가정환경이 중요하다. 이를 오펜하이머와 랭던의 예로 설명한다. 미국에서 가장 IQ가 높을지도 모르는 랭던은 불우한 가정 환경때문에 재능을 펼칠 기회를 얻지 못했다. 뿐만 아니다. 그는 나중에 부모의 그늘에서 벗어나서도 본인의 재능을 펼치지 못했다. 재능을 펼치는 방법조차 배우지 못했기 때문이다.

 

저자는 재능을 IQ 같은 선천전 능력과 협상력, 인지능력 같은 실용지능으로 구분한다. 선천적 능력은 타고 나는 거니 어쩔 수 없지만 실용지능은 가정에서 학습할 수 있는 것이다. 원하는 것을 부드럽게 얻어내고, 자신의 능력을 알리고, 적이 아닌 동료를 만드는 방법. 이건 사회에서 얻어야 하는 것이고, 이를 어렸을 때부터 가정에서 습득한 경우에 더 많은 기회를 얻게 된다.

 

2) 시대 흐름

미국의 큰 부자들을 살펴보면 대공황과 전쟁을 피했다는 것을 발견할 수 있다. 아무리 뛰어난 인간이라도 대공황과 전쟁을 직접적으로 겪게 되면 성공하기 어렵다. 우리나라를 예로 들면, 전쟁 이후 경제 성장이 빠르게 이루어질 때일수록 성공하기 쉽다는 이야기이다. 당장에 IMF를 어느 나이 때에 겪었는가가 세대별 성공의 분기점이 되기도 한다. IMF 이전에 취업에 성공한 80년대 학번들과 IMF 때문에 취업시장이 얼어붙은 90년대 학번들을 살펴보자. 그리고 이들이 간발의 차이로 해외 유학에서 성공했거나 또는 외환 위기 때문에 학업을 마치지 못하고 조기 귀국한 경우를 생각해보자. 해외 학위가 있고, 없고에 따라 그들의 인생은 많이 바뀌었을 것이다.

 

또한 시대의 변화, 즉 어떤 기술과 산업이 뜨는지에 대한 것도 중요하다. 빌게이츠가 컴퓨터 시대에 안착한 것처럼 한국에서도 네이버, 다음 등의 창업자들은 인터넷 시대에 안착한 것이다. 조셉 플룸의 예처럼 같은 업종에서도 흐름의 변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한 자만이 살아남는다.

 

3) 기술보유여부

미국에 정착한 유대인 선조의 예를 들면서 아무것도 없는 척박한 상황에서 기술을 가진 자가 살아남을 수 있었음을 강조한다. 초기 정착민이 남의 집 허드렛일을 하는 것과 자기 사업을 이끄는 것이 차후에 큰 차이를 가져온다.

 

4) 우연적 요소

이 모든 걸로 설명할 수 없는 우연적 요소도 존재한다. 아이스하키 리그가 1월 1일을 기준으로 동년배 리그를 구성한다든가 하는 것이다.

 

4. 기회를 어떻게 만들어주는가

그렇다면 기회를 어떻게 얻을 수 있는지도 살펴보아야 한다. 1) 가정에서 협상력 같은 실용지능을 키워주거나 항상 재능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2) 사회적으로 재능을 발굴해 줘야 한다. 이는 결국 제도 보완이 될 수 있는데, 아이스하키 리그의 구분 기준을 매년 1월 1일이 아닌 분기별로 나누는 방안 등이 포함된다. 기회를 만들어 주는 사회적 분위기 형성이 중요하며, 이를 미국(사실은 이탈리아계)의 명예 문화와 한국의 수직적 문화를 사례로 든다. 명예 문화로 인해 말도 안 되게 많은 수의 인명 피해가 일어난 것, 그리고 한국의 수직적 문화 사례 때문에 대한항공의 괌 추락 사건이 일어났다고 본다. 이후 대한항공의 문화 개선 노력을 소개하면서 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제공한다. 이에 역자가 예시를 하나 추가하는데, 히딩크 감독의 "반말" 도입이 국가대표 팀의 분위기를 바꾸어 2002년의 성공을 이끌었다고 본다.

 

5. 의의와 한계

이 책은 일명 "마태복음 효과", 즉 가진 자가 더 많이 갖게 된다는 금수저 효과를 설명해 준다. 초기에 기회를 얻은 사람들은 계속 더 많은 기회를 얻게 되고, 이것이 성공으로 이어진다. 이전의 성공 공식이 재능과 노력에만 치우쳤다. 특히 한국 사회는 무조건 "노오력"만 강조하며, 성공하지 못한 것을 개인의 노력 부족으로 치부하고, 비난한다. 애초에 기회를 갖지 못한 것에 대한 배려는 없다. 80년대 학번들은 고도 경제 성장기에 골라서 취업할 수 있었고, 월급을 모아서 집도 살 수 있을 만큼 금리도 높았다. 게다가 민주화 세대라는 도덕적 우위까지 갖췄다. 하지만 90년대 학번들이 그들보다 노력을 안 했나? 80년대 학번들이 갖지 못한 온갖 외국어 성적, 높은 학점, 해외유학 경력까지 갖췄다. 하지만 취업 시기에 외환 위기를 겪었다. 00년대 학번은 어떠한가? 역사상 가장 뛰어난 스펙을 자랑하지만 미국발 리먼사태를 겪었다. 복수전공에 부전공, 어학연수까지 해도 취업이 되지 않는다. 노오력만으로는 성공을 설명할 수 없다. 빌 게이츠나 타이거 우즈 같은 사람이 "저는 운이 좋았어요"라고 말하는 건 겸손이 아니라 사실이다!

 

하지만 우연적 요소라는 모호한 설명을 넣었다. 대표적으로 맥도날드의 창립자(최초로 만든 사람은 아니지만 법인화를 했으니)인 레이 크록은 대공황을 정면으로 겪었다. 그의 가정환경은 도전을 극도로 거부하는 안정지향의 성향이었다. 창업한다는 이유로 그의 아내와 싸웠고, 결국 이혼까지 이른다. 그래도 레이 크록은 성공했다.

 

모든 것을 기회로 뭉뚱그려 설명한다는 점에서 설명의 한계가 느껴진다.

 

가장 문제라고 볼 수 있는 것은 "기회"를 만드는 방법이다. 성공한 사람의 예를 살펴보고 사후적으로 "~이래서 ~이렇게 성공했다"라고 이야기하는 것보다 내가 어떤 요건을 갖춰야 성공할 수 있는지가 필요하다. 하지만 이 책은 나에게 "어렸을 때 기회를 얻지 못했으니 니 인생은 글렀다"라고 말한다. 확인사살이라고 해야 할까? 하나 의미 있는 점은 나의 이번 생은 망했지만 나의 후손에게 기회를 만들어줄 수 있게끔 한다. 나의 자식에게는 이런 식으로 대화를 하고, 나의 자식을 위해 이런 식으로 제도를 바꿨으면 좋겠다는 그런 의지를 갖게 한다. 물론 그것도 내가 그런 재력, 제도를 바꿀 수 있는 능력을 가져야 더욱 효과적으로 작동하겠지만 말이다. 결국 기회도 세대를 거쳐 누적된다는 점에서 어쩔 수 없는 씁쓸함이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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