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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유명 심리상담가인 이시하라 가즈코(石原 加受子)가 쓴 책으로 일본어 제목은 “엄마와 딸의 괴로운 관계를 고치는 책"이다. 2019년에 이 책의 내용을 조금 바꿔서 "엄마와 딸의 괴로운 관계를 변화시키는 책"으로 출간됐다.
일본판 책 표지에 나오는 일러스트가 이 책의 내용을 잘 나타낸다.
1) 동정심이라는 이름의 지배
아플 때나 도움이 필요할 때, 엄마들이 유독 딸을 찾는 것은 그 딸이 아들보다 더 유능해서 그런 것이 아니다. 딸이 동정심과 죄책감을 느끼도록 해서 자신의 곁을 떠나지 못하게 붙잡는 것이라고 한다.
늘 자신의 처지를 불평하고, 자신을 불행 속에 가두려고 하는데, 그래야 딸에게 버림받지 않기 때문이다.
이는 동정심이라는 명목으로 딸을 지배하고 있는 것이다.
2) 태어났을 때부터 봐왔으니 내가 제일 잘 알아
엄마들은 자기가 낳았고, 키웠으니 딸에 대해서는 제일 잘 안다고 자부한다.
동시에 자식과 나를 "다른 개체"로 인정하지 않고, 자식을 나의 아바타로 여긴다.
그러니 분리되면 서운하고, 자기 주장을 하면 억누르려고 한다. 자유롭게 키운다고 하면서, 자신이 생각하는 "자유"를 강요한다.
3) 그렇게 보고 배웠기 때문에 다른 방법을 모른다.
엄마들이 유독 딸에게 의존하는 건 그들도 이전 세대에게 그렇게 배웠기 때문이다. 이전의 엄마들도 딸을 자신과 감정적으로 동일시했고, 딸이 나처럼 살길 원하지 않으면서도 동시에 나처럼 살길 원했다.
이전에는 인간이 생활하는 속도와 시대가 변하는 속도 간의 차이가 크지 않아 엄마들의 이런 바람이 모순이 아니었다. 그러나 현대에 들어와서는 사회가 빠르게 변하면서 지금의 딸들이 엄마의 감정을 그대로 받아낼 수 없게 된 것이다.
이전에는 엄마와 나의 생활패턴이 비슷하고, 비슷한 감정을 느꼈겠지만 지금은 더 이상 엄마와 나를 동일시할 수 없다.
엄마와의 관계에서 괴롭다면 엄마와 “건강하게 헤어져야” 한다. 그러려면 딸이 엄마를 먼저 생각하는 "타인 위주의 사고"가 아닌 나의 감정을 먼저 생각하는 "자기 위주의 사고"를 해야 한다.
이는 제목처럼 내가 알아서 할게라고 짜증을 내는 것이 아니다.
엄마를 위한다고 하는 일이 나를 힘들게 한다면 “억지로 착한 딸이 될 필요는 없다”.
그러려면 엄마와 나를 다른 개체라고 인정하고, 진심을 담아 대답을 해줘야 한다. 때로는 남에게 대하는 것처럼 정중하게, 거리를 두어야 한다. 엄마의 불평과 짜증을 '감정'이 아닌 '정보' 받아들여야 한다.
일본어 판의 부제는 "들러붙는 엄마에게 해방될 수 있는 37개의 요령"으로 엄마와 딸의 관계를 "괴로운" 관계로 보고, 그 원인을 엄마에게서 찾으며, Q&A 형식으로 해결책을 제시하고 있다.
하지만 한국어로 번역하면서 잡지식 구성이 에세이로 바뀌었다. 현상과 원인, 해결책을 에세이식으로 두리뭉실하게 엮었기 때문에 내용 파악이 쉽지 않다.
게다가 일본식 제목을 바꾸려다 보니 책의 주제를 잘못 이해하도록 만들었다. 애초에 "엄마, 내가 알아서 할게"는 엄마가 딸을 걱정하고, 거기에 딸이 짜증내는 것 같은 뉘앙스인데 원제는 엄마의 동정심 유발과 과도한 집착을 원인으로 보고 있다.
즉, 원래 책은 문제의 원인을 “엄마”에게 두고 있는데, 제목만 보면 딸이 짜증을 내는 것으로 보일 수 있다.
딸은 엄마의 감정을 먹고 자란다(2020, 박우란 저)
이시하라 가즈코의 책이 딸의 입장에서 문제의 원인과 해결책을 제시한 것이라면 박우란의 책은 “딸이면서 동시에 엄마인” 여성의 입장에서 서술하고 있다. 엄마에게, 딸에게 모두 좋은 관계를 형성하고, 나아가 한 명의 여성으로 건강하게 성장하기 위한 책이다.
이 책 또한 엄마의 과도한 동정심 유발이 사실은 엄마의 이기심에 연유하고 있음을 지적하고, “건강한 분리”를 통해 각자의 삶을 사는 것이 좋은 해결책이라고 제시한다. 하지만 한명의 여성이 딸이면서 어머니가 될 수도 있음을 지적하고, 그 과정에서 남편의 역할에 대해서도 지적한다. 이시하라 가즈코의 책 보다 근본적인 처방을 내릴 수 있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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