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것이 문화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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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출처: 네이버 영화, YES24

 

헤밍웨이는 이런 말을 했습니다.

만약 당신에게 충분한 행운이 따라주어서 젊은 시절 한때를 파리에서 보낼 수 있다면, 파리는 마치 ‘움직이는 축제’처럼 남은 일생에 당신이 어딜 가든 늘 당신 곁에 머무를 것이다. 바로 내게 그랬던 것처럼.

 

파리는 많은 이들에게 영감을 주는 공간입니다. 그리고 그들의 감정과 성취가 다시 쌓여 파리를 더욱 아름답게 만듭니다. 그래서 파리에서 행복했던 사람이 파리를 벗어나면 불행해진다는 ‘파리의 저주’가 있다고 합니다.

 

영화 ‘미드나잇 인 파리(Midnight in Paris)’의 주인공 길은 파리, 그것도 1920년대의 파리를 동경합니다. 동시에 주변의 세속적이고, 현학적인 사람들을 멸시합니다. 말 그대로 파리의 저주에 빠진 상태죠. 길은 한밤중에 골목길을 돌아다니다 1920년대 파리로 가게 됩니다. 피츠제럴드 부부, 달리, 헤밍웨이, 피카소와 유명한 작가이자 평론가인 거트루드 스타인까지 만나고, 피카소의 연인인 아드리아와 사랑에 빠집니다. 그런데 아드리아는 “벨 에포크(belle-epoque, 19세기 말에서 1914년까지)” 시대를 동경합니다. 길과 아드리아는 같이 시간여행을 하는데, 이번에는 아드리아가 동경하는 벨 에포크 시대의 파리에 옵니다. 그곳에서 만난 로트렉, 마티스, 드가 등은 “르네상스” 시대가 황금기라며 동경합니다.

사람은 자신이 발붙이고 사는 시공간의 소중함을 느끼기보다는 가질 수 없는 별을 바라보며 불행해하는 존재인지도 모릅니다.

 

 

영화 ‘파리의 딜릴리’에서 아주 특별한 소녀 딜릴리는 벨 에포크 시대의 파리에 살고 있습니다. 딜릴리는 흑백 혼혈의 카나키 부족 소녀입니다. 하지만 스스로 인생을 개척하기 위해 밀항을 하고, 우아한 프랑스어를 쓰며, 예의 바르게 인사하고, 호기심을 갖고 탐구하는 용감한 사람입니다. ‘혼혈’, ‘여자’, ‘아이’라는 이유로 멸시당하고, 차별당하지만 딜릴리는 그런 프레임에 갇혀 있지 않습니다.

 

실제 있었던 여아 유괴 사건을 파고들면서 딜릴리는 벨 에포크 시대의 명사들을 만나게 됩니다. 모네와 르누아르를 만나고, 파스퇴르, 로트렉, 에펠에게 도움을 받으며, 마리 퀴리, 엠마 칼브, 사라 베른하트와 같이 사태 해결을 위해 노력합니다.

 

벨 에포크 시대는 여성이 처음으로 대학교육을 받은 시기라고 합니다. 억압에 저항하고, 새로운 길을 여는 것은 언제나 어렵습니다.

 

“책 한 권 들고 파리를 가다”에서 말하는 책은 빅토르 위고의 <93년>입니다. <레 미제라블>이나 <노트르담의 꼽추>에 비해 알려지지 않았으나 <93년>은 프랑스 혁명을 다루는 빅토르 위고의 3부작 중 마지막 작품입니다. 1793년에 왕당파가 일으킨 반혁명 반란을 배경으로 혁명 뒤에 숨은 인간의 폭력성을 그리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 책을 들고 파리에 간 사람들은 중국인 부부 린다(필명)입니다. 그들은 중국의 문화혁명의 한가운데를 살아왔습니다. 상하이 출신이지만 문화혁명기에 하방 되어 노동을 했고, 문화혁명 이후에 뒤늦게 대학을 갔습니다. 공산당 치하에서 지식에 목말라 있던 그들은 <93년>을 겨우 구해서 읽습니다. 혁명이라는 이름 아래 펼쳐진 폭정은 150년 전 파리에서 벌어진 일들과 마치 데자뷰 같습니다. 이들 부부는 파리에서 프랑스 혁명의 흔적들을 찾아다니면서 부조리한 구체제를 전복시키겠다는 명분과 피에 굶주린 인간의 잔혹성에 대해 고민합니다.

 

파리는 아름답습니다. 하지만 그 아름다움은 오랜 시간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조금씩 쌓인 성취의 결과입니다. 파리의 역사는 피와 배신과 전쟁으로 가득하지만 동시에 용서하고, 배우며, 포용하며 성장한 기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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