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것이 문화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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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출처: YES24

 

1. TV, 다큐멘터리에 뿌리를 두고 있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이 20년 넘게 영화를 찍으며 만난 사람, 배운 점, 나름의 해석 등을 영화 자서전 형식으로 적어낸 책이다. 그러나 영화감독 고레에다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먼저 ‘TV 맨레에다를 만나야 한다. 감독의 뿌리는 TV에 있고, 그가 밝혔듯이 그의 영화 언어는 순수한 영화 창작자의 것이 아니라 TV 방언이 배어있는 변칙적인 것이기 때문이다. 그는 TV와 영화 제작 현장에 대해 쓴소리를 하고, 흥행에 대한 부담 때문에 오리지널 극본이 점점 없어지는 현실을 개탄한다.

 

TV에서 다큐멘터리를 했기 때문에 그의 시선이, 인물과 사건에 부여하는 무게감이 다른 영화감독과 다르다. 그는 특정한 결론을 얻기 위해 상황과 취재 대상을 조작하기를 거부했다. 가난, 차별, 죽음, 이혼 등 다양한 사회문제를 그려내지만 적극적으로 사건을 재현하는 것이 아니라 적당한 거리에서 사건의 생성을 바라본다. 그럼에도 그가 던지는 문제 의식은 묵직한 펀치를 날린다.

 

2. 선입견이 현실을 만나 깨지는 쾌감

 

감독은 다큐멘터리를 만들면서 사건과 대상을 취재할 때 혼란을 겪었다. <아무도 모른다>의 소재가 된 니시스가모 사건에서 세상 사람들은 아이들을 버린 어머니만 일방적으로 비난했다. 그런 지경까지 몰리게 된 구조적 문제에 대해서는 고민하지 않고, 마녀사냥만 했다. 그렇다면 이건 복지 공무원의 문제인가? 그러나 복지 공무원들도 제도의 미비로 실질적으로 할 수 있는 게 없이 밀려드는 업무에 시달리고 있었다.

사람은 보통 어떤 비극적인 사건을 접하면 가해자와 피해자를 나누고, 마녀사냥을 한다. 그리고 당연히 피해자가 가해자를 증오하고, 복수할 것이라 생각한다. 감독은 그런 선입견대로 움직이지 않은 현실을 영화에서 보여준다.

 

3. 회색지대를 그리다.

 

그래서 감독은 회색지대에 놓인 인간을 영화에 등장시킨다. 선과 악, 피해와 가해를 정확히 갈라놓을 수 있는 인간이 있을 수 있을까? 감독은 문제가 있는 사람을 그려내면서도 그 문제가 어디에서 왔는지를 같이 보여준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사람의 모습을 같이 보여준다.

 

4. 부재를 껴안고 어떻게 살 것인가

 

감독의 영화를 관통하는 소재는 부재(不在), 이는 단순히 죽음뿐 아니라 실종, 이혼, 실직 등의 다양한 형태로 나타난다. 감독은 부재를 인식하고, 그 이후의 삶이 어떻게 이루어지는지 보여준다. 부재에 얽매여 좌절하는 인간을 그리는 것이 아니라 부재를 포용하고, 일상을 이어가는 모습을 보여준다.

 

5. 목표는 작은 홈드라마

 

감독은 자신의 목표가 홈드라마라고 밝히고 있다. 가족은 둘도 없이 소중하지만 약간은 성가신 존재이다. 그런 존재와 함께 의미 없는 시간으로 풍성한 삶을 보내는 것을 일상이라고 본다. 그러한 일상이 이어지는 것, 서로가 약간씩 어긋나지만 그럼에도 쓸데없는 농담을 주고받으며 밥을 같이 먹는 시간.

감독은 그런 작은 홈드라마를 꾸준히 이어가고 싶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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