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의 법칙을 12개로 정리해 준다니…… 제목만 보면 흔하디 흔한 자기계발서 중 하나 같다. 그렇다. 이 책은 자기계발서다. 하지만 여느 자기계발서와 다르다. 다수의 자기계발서가 “세상은 행복한 일로 가득 찼고, 네가 변한다면 더욱 완벽한 세상이 될 거야! 조금만 노력하면 모든 게 잘 될 거야!”라는 전제에서 출발한다. 그러나 저자인 조던 피터슨 교수는 “세상은 원래 부조리하고, 사는 건 무지막지하게 괴롭다”에서 출발한다. 구약성서의 하나님만 보더라도 말도 안 되는 억지를 부리고,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요구를 해댄다. 성경을 읽다 보면 그런 가혹한 시련을 견뎌내야 할 이유가 있을까 싶을 정도인데, 실제 세상살이는 더욱 힘들다. 살아보니 알겠다. 살면서 만나는 문제들은 달콤한 사탕발림으로 해결되지 않는다는 걸.
저자는 화를 내지도 않고, 그렇다고 연민에 빠지지도 않은 채 건조한 목소리로 “삶은 고통으로 가득 찼고, 세상은 원래 혼돈 그 자체다”라고 말한다. 그가 이렇게 말할 수 있는 건 그의 삶이 고통의 연속이었기 때문이다. 그는 캐나다 앨버타에서 태어나고 자랐다. 겨울에는 영하 50도 이하로 내려가 생명을 위협할 정도로 추웠다. 땅은 넓었지만 할 수 있는 건 없는 재미없는 동네였다. 청춘들은 술을 마시거나 마약에 찌들어 살았다. 근처에는 인디언 보호구역이 있었다. 원래 살던 땅을 빼앗기고 좁은 땅에 갇혀버린 인디언들을 보고 자랐고, 저자는 그들의 땅을 빼앗았다는 미안함과 어찌할 수 없는 무력함을 동시에 느꼈다. 친구들은 성공을 꿈꾸며 공부하기보다는 마약에 찌들어 이른 나이에 자살했다. 그가 청춘을 보낸 1980년대는 냉전이 격화되던 시기였다. 버튼 하나로 인류가 멸망할 수 있을 정도의 핵무기를 만들어냈고, 유럽에서는 전체주의 사회가 되면서 서로가 서로를 의심했다. 조지 오웰처럼 그도 공산권의 허구에 환멸을 느꼈다. 정치학에서 심리학으로 전공을 바꿨고, 임상심리학자로 수많은 환자를 상담하면서 처절하게 아픈 이야기를 매일 들었다. 게다가 자녀들이 아팠다. 아들은 원래 예민하게 태어나 어렸을 때 쉽게 열이 오르고, 많이 아팠다. 딸은 온몸의 관절이 부서지는 희귀병에 걸렸다. 미성년자인 딸이 어른들도 견디기 힘들 정도의 진통제를 맞았음에도 고통에 몸부림쳤다. 위험을 감수하고 신약을 투여했고, 관절을 인공관절로 바꿨다. 그럼에도 딸은 어린 나이에 다리를 절단해야 한다는 진단을 받았다. 자식이 나보다 먼저 죽을 수도 있다는 두려움, 고통에 몸부림치는 아이를 보면서도 그 고통을 덜기 위해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다는 무력함이 그를 괴롭혔다.
그렇기에 그는 사는 게 괴롭다는 전제에서 출발한다. 많은 사람들이 “행복 추구가 삶의 목적”이라고 말하지만 그는 행복을 추구하기 보다는 “고통을 줄이라”라고 말한다. 행복을 목적으로 한다면 인생에서 불행한 순간이 왔을 때 그 인생은 실패한 것이 되어 버린다. 행복은 추상적이고, 노력한다고 쉽게 얻어지지도 않는다. 그러니 고통을 줄이는 것을 목표로 하여 어제보다 조금 더 나은 일상을 만들어야 한다. 그는 기독교와 도교 등 종교적 해석과 심리학 이론을 바탕으로 삶의 고통을 줄이기 위한 12가지 태도를 제시한다.
우선 자세부터 바꿔야 한다. 어깨를 펴고, 똑바로 서서 세상을 바라봐야 한다(Rule 1: Stand up straight with your shoulders back). 세상에는 서열이 존재한다. 바닷가재도, 침팬지도 서열이 높을수록 당당한 자세를 취한다. 승리의 호르몬이 승자의 자세를 만들고, 그것이 다시 승리를 부른다. 그런 다음 세상을 탓하기 전에 방부터 치워라(Rule 6: Set your house in perfect order before you criticize the world)! 사람들은 실패하면 자신의 태도를 반성하기보다 남 탓을 하기 바쁘다. 세상은 혼돈 그 자체이다. 질서는 부단한 노력으로 혼돈 상태를 정리해야 비로소 얻어지는 것이다. 내 안의 혼돈조차 정리하지 못한다면 앞으로 나아갈 수 없다. 남 탓을 하기 전에 자신을 되돌아보고, 자신의 의지로 나아가야 한다. 진실은 상황을 해결하는 최선의 방법이다(Rule 8: Tell the truth-or, at least, don't lie). 물론 진실은 불편하고, 두렵다. 거짓으로 상황을 모면하거나 눈을 돌리면 잠깐은 편할 수 있지만 그것은 위선이다. 소련의 참상이 드러났음에도 유럽의 많은 지식인들이 진실을 외면했다. 솔제니친의 처절한 폭로가 있었음에도 그들은 이데올로기에 매몰되어 있었다. 그러니 분명하고, 정확하게 말해라(Rule 10: Be precise in your speech)! 일반적으로 사람은 정보처리와 사고의 편리함을 위해 세상을 단순하게 이해한다. 하지만 문제가 발생하면 그동안 인식하지 못했던 많은 정보들이 갑자기 쏟아지며, 세상은 복잡하고, 혼돈이 가득한 곳으로 변한다. 그럴 때일수록 단순하고, 확실하게 말해야 한다.
다른 사람의 말을 경청해라(Rule 9: Assume that the person you are listening to might know something you don't). 나를 존중하고, 나의 가능성을 믿는 사람을 만나야 한다(Rule 3: Make friends with people who want the best for you). 인간은 선한 존재가 아니다. 물론 아이들도 천사로 태어나지 않는다. 아이들에게 규율을 가르쳐야 그들이 세상의 미움을 받지 않고, 스스로 힘든 세상을 헤쳐나갈 수 있다(Rule 5: Do not let your children do anything that makes you dislike them). 아이들이 스스로 리스크를 감당하고, 그에 대한 책임을 지게 하라(Rule 11: Do not bother children when they are skateboarding).
원하는 것, 당장에 기쁨을 주는 것이 아니라 나에게 궁극적으로 “좋은 일”을 해야 한다(Rule 2: Treat yourself like someone you are responsible for helping). 그런 일은 쉬운 길이 아니라 의미있는 길이다(Rule 7: Pursue what is meaningful (not what is expedient)). 다른 사람이랑 비교하지 말고, 어제의 나보다 조금 더 나은 사람이 되어라(Rule 4: Compare yourself to who you were yesterday, not to who someone else is today). 그리고 힘들고 어려울 때일수록 아주 사소한 아름다움을 볼 수 있어야 한다(Rule 12: Pet a cat when you encounter one on the street).
어떤 환경에서 태어나 어떤 경험을 했는지에 따라 다르게 받아들여질 글이다. 인간은 완벽한 존재이고, 세상은 즐겁고 살 만한 곳이며, 하나님이 만들어 놓은 완벽한 세상에서 구원을 얻을 수 있다고 믿는다면 이 책의 주장들이 불쾌할 수도 있다. 그러나 사는 게 힘들고, 바닥을 경험했고, “찌질한” 자신에 대해 이미 깨닫고 있으며, 이런 삶에서 벗어나고 싶다면 이 책의 모든 문장들이 온몸의 세포에 새겨질 것이다. 고통으로 가득 찬 인생에서 얻은 경험들이 종교와 심리학이라는 이론의 힘을 빌려 엄청난 설득력을 가진다. 그래서 저자의 글은 요즘 말로 “뼈를 때린다”.
누군가는 과격한 꼴통 아저씨라고 비난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분명 누군가는 이 글 덕분에 절망을 딛고 일어나 자신의 인생을 바꾸기 위한 한걸음을 내딛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