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토록 바라던 재즈 뮤지션이 된 날, 조 가드너는 맨홀에 빠져서 죽어 버렸다. 평생의 꿈을 드디어 이루게 됐는데, 이렇게 죽을 순 없지! 우여곡절 끝에 조는 겨우 자기 몸으로 돌아오고, 예정된 공연을 멋지게 마친다. 그런데… 꿈을 이루고 나면 뭔가 삶이 대단해질 것 같았는데… 아무것도 변한 게 없다. 지친 사람들 사이에 끼여 전철을 타고, 저녁엔 연주를 하고, 이젠 그것이 일상이 된다.
22번 영혼은 자신의 스파크를 찾지 못했다. 링컨, 마더 테레사, 아리스토텔레스까지 멘토가 되었지만 누구도 22번의 스파크를 찾아주지 못했다. 하지만 조 가드너의 몸을 빌려 피자를 먹고, 하늘을 바라보고, 대화를 나누는 동안 22번은 드디어 인간이 될 수 있었다.
어렸을 때부터 우리는 “너는 커서 뭐가 될래?”라는 이야기를 듣고 자랐다.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에 대한 고민보다는 무엇이 되어야 하는가를 강요받았다. 장래희망은 의사, 변호사, 하다못해 공무원이라고 써야 했다. “행복하게 살기”라고 쓰면 안 되는 걸까?
그동안 우리는 순간적으로 빛나는 무엇(spark)만을 찾고 있었다. 대단한 위인, 대단한 업적, 특출난 재능… 하지만 아무리 대단한 위인이라도 인생의 30%는 잠을 자고, 나머지 인생의 절반 이상도 밥 먹고, 씻고, 가족과 보내는 평범한 일상으로 채워져 있다. 우리가 기억하는 그들의 업적은 일생의 10%가 될까 말까이다. 모든 인간의 인생에서 모든 순간이 대단한 업적으로 채워질 수 없다. 오히려 숨 쉬고, 살아가는 그 순간들이 우리를 행복하게 해 준다. 불꽃같은 번쩍임은 아니지만 아침햇살처럼 은은하게 반짝이는 그 순간들이 모두 소중하다.
연주가 끝나고 허탈해하는 조에게 도로테아는 하나의 일화를 들려준다. 열심히 바다를 찾는 어린 물고기에게 “우린 이미 바다에 있다”라고 말하는 이야기. 살아있다는 것, 살아간다는 것, 그것의 소중함을 모른 채 오늘도 우리는 자신의 삶을 매도하고, 부끄러워한다.
재즈는 정해진 악보 그대로를 연주하는 장르가 아니다. 누군가의 흥에 맞춰, 그 행간을 채워나가는 것이 재즈다.
우리 인생도 비슷하지 않을까? 누구도 인생을 2번 살지 않는다. 모든 순간이 처음이고, 그래서 인생은 늘 준비 없이 즉흥적이고, 그렇기 때문에 주변 모든 것을 주의 깊게 보고, 듣고, 느끼며 그 행간을 채워나가야 한다.
삶은 재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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