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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

 

모던 보이 찬가

20세기 초, 지금의 서울 땅에 있던 청년들은 나라 잃은 설움에 아파했지만 한편으로는 쏟아지는 신문물에 흠뻑 빠져들었다. 그 땅의 청년들은 식민의 암흑 속에 살면서 신문물을 구원의 빛처럼 여겼다. <미술이 문학을 만났을 때> 전시는 당시를 살았던 문인, 화가들의 교류를 추적하고, 그들이 추구한 예술을 살펴본다.

 

전시는 4 부분으로 나뉜다. 1 전시실의 “전위와 융합”에서는 신문물에 빠져든 모던 보이들을 추억한다. 이상이 차린 다방 “제비”에 모여 미샤 엘만의 바이올린 협주곡을 듣고, 르네 끌레르의 영화를 논했다. 동북아 끝자락에 있는 작은 도시의 청년들은 파리의 선진 예술을 배우면서 허세를 부리고, 깊은 고뇌 끝에 자신들만의 세계를 만들어 나갔다. 구본웅의 야수파 작품과 이상의 실험적인 시는 그렇게 탄생했다.

별건곤, <모던 금강 만이천봉>

 

글이 그림이 되고, 그림이 글이 된다.

2 전시실의 “지상(紙上)의 미술관”은 문학의 감동을 극대화시켜주는 그림을 보여준다. 당시 유행한 신문 연재소설은 한 컷의 삽화로 소설의 내용을 전달했다. 삽화는 소설의 내용을 함축하면서, 삽화가의 개성을 여지없이 드러낸다. 한 컷의 감동은 책표지를 만드는 장정을 통해서도 전해진다. 지금처럼 단순히 산업 디자인의 영역이 아니라 예술의 한 부분으로 장정은 책의 가치를 더해준다. 판형과 재질, 표지 그림까지 책의 내용과 저자의 의도를 담아내려 노력한다. 전설처럼 남아있는 초판본의 장정을 볼 수 있는 귀한 기회다.

<진달래꽃>과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 초판

 

3 전시실의 "이인행각(二人行脚)"에서는 화가와 문인의 우정을 추억한다. 종교를 매개로 한 정지용과 장발, 조선일보사 편집실에서 만난 백석과 정현웅, 역시 조선일보사의 사회부 부장과 신입 기자였던 이여성과 김기림, 낭만주의에서 조선의 옛것으로 선회한 이태준과 김용준의 교우를 그들의 글과 그림을 통해 만나볼 수 있다.

 

4 전시실의 "화가의 글, 그림"은 화가들의 글을 살펴본다. 김용준, 장욱진, 천경자, 박고석, 한묵, 그리고 김환기의 수필집과 그들의 그림을 같이 만나본다. 특히 김환기는 김광섭의 시 <저녁에>를 소재로 “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나랴”를 그렸고, 시인 조병화는 김환기의 유화를 보고 시 <항아리>를 지었다. 글이 그림이 되고, 그림이 글이 된다.

김환기의 그림을 표현한 조병화의 시 <항아리>

 

이번 전시는 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에서 2021년 5월 30일까지 열린다. 이상이 그린 삽화와 이중섭이 쓴 시 등 독특한 작품을 여럿 볼 수 있다.

 

장욱진, 김환기, 천경자 등 유명 작가들이 표지를 그린 현대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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