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것이 문화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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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출처: 본인 촬영

미학(美學)=박물관+미술관

박물관(博物館)과 미술관(美術館)의 차이는 무엇일까? 표준국어대사전은 박물관을 “고고학적 자료, 역사적 유물, 예술품, 그 밖의 학술 자료를 수집ㆍ보존ㆍ진열하고 일반에게 전시하여 학술 연구와 사회 교육에 기여할 목적으로 만든 시설”이라고 풀이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미술관에는 비교적 최근에 만들어진 미술품(회화, 조각 등)만 있지만 박물관에는 미술품을 포함해 “연구할 가치가 있는 오래된 다양한 물건”이 있다. 그렇다면 박물관과 미술관의 경계는 어디일까? 과연 그 경계를 나눌 수 있을까? 박물관을 일컫는 museum은 미술관으로 번역되기도 하는데, MOMA나 오르세 미술관(Musée d'Orsay) 등이 그러하다. 한편 루브르 박물관에는 현대 미술 작품이 걸려있기도 하다. 미술관에 있다고 연구가치가 없는 것은 아니며, 박물관에 있다고 오래된 것도 아니다. 편의상 박물관과 미술관이라 나눠 부르지만 그 경계를 확실히 말할 수 없다.

 

박물관과 미술관에 들어가 있는 문화재와 현대 미술품은 무엇을 기준으로 나눈 것일까? 2차 세계대전 같은 특정 시점을 기준으로 전통과 현대를 나누기도 하지만 그 역시 우리의 편의에 따른 것이다. 문화재든 현대 미술품이든 결국 ‘아름다움’을 추구한 결과다. 인간은 태초부터 먹고사는 것 이외에도 ‘아름다운 것’을 갈망했다. 주술이나 실용 같은 목적을 가진 물건이라도 더욱 아름답게 만들었다. 그렇게 오랫동안 인간은 아름다움을 추구해 왔고, 지금도 그러하다. 따라서 전통 예술과 현대 미술은 동일 선상에 놓여있다. <DNA: 한국미술 어제와 오늘> 전시는 문화재와 미술품이 별개가 아니라는 것에서 출발한다. 그들을 함께 봤을 때 더욱 잘 이해할 수 있고, 새로운 해석을 할 수 있다. 그것이 미학에 이르는 길이다.

 

문화재는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하는 ‘유물’이 아닌 동시대에도 향유될 수 있는 ‘미술’로 인식될 때 새로운 해석이 가능해진다. 현대미술은 전통미술에 대한 내용과 형식을 정확히 이해하고 이를 창작의 원천으로 삼았을 때 그 정체성이 더욱 공고해질 것이며 우리 미술은 올바른 방향으로 전개되고 발전할 것이다. –전시자료 중

 

 

DNA(Dynamic&Alive)

<DNA: 한국미술 어제와 오늘> 전시는 성(聖), 아(雅), 속(俗), 화(和)라는 4개의 챕터를 보여준다. DNA는 유전자 지도를 의미하지만 이번 전시에서는 Dynamic&Alive로 풀이했다. '성, 아, 속, 화'의 4개의 챕터는 한국미술의 유전자이며, 어제와 오늘을 함께 보여주는 ‘살아있는 역동적인 미술’을 나타낸다.

 

성(聖): 성스럽고 숭고하다

‘성(聖)’이란 종교적 성스러움과 숭고함(Sacred and Ideal)의 가치를 뜻한다(출처: 전시자료). ‘성’의 챕터에서는 고구려 고분벽화, 석굴암 본존불, 고려청자를 소재로 과거에 추구했던 이상주의적 미감이 한국적 완정미(完整美)가 되는 모습을 보여준다.

 

고구려 고분벽화는 수렵도에서 되살아나고, 석굴암 본존불은 다양한 불두 이미지와 겹쳐진다. 고려청자는 이중섭의 푸른색에, 분청사기는 김환기의 점화와 어우러진다.

박노수 <수렵도>(왼쪽), 김환기의 점화와 분청사기(오른쪽), 사진 출처: 본인 촬영

 

아(雅): 맑고 바르며 우아하다

‘아(雅)’란 “맑고 바르며 우아하다(Elegant and Simple)”라는 의미를 지니고 있다(출처: 전시자료). ‘아’의 챕터에서는 겸재 정선의 진경산수화, 추사 김정희의 문인화와 백자를 소재로 졸박미(拙朴美)를 살펴본다.

 

겸재 정선과 다른 이들이 금강산을 어떻게 그려냈는지, 문인화는 한국 수묵채색화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를 동일 공간, 한 프레임에서 살펴볼 수 있다. 달항아리로 불리는 백자는 비완전, 비정형이지만 그렇기에 더욱 순수하다. 이를 오마주한 다양한 작품을 함께 보게 된다.

 

달항아리를 주제로, 사진 출처: 본인 촬영

 

속(俗): 대중적이고 통속적이다

‘속(俗)’이란 대중적이고 통속적이라는 의미로 누구에게나 받아들여질 수 있는 대중화된 취향이나 문예 작품을 가리키기도 한다(출처: 전시자료). ‘속’의 챕터에서는 김홍도의 풍속화, 신윤복의 미인도, 그리고 조선 후기 민화가 한국 미술의 장식미(裝飾美)에 미친 영향을 살펴본다.

 

단원 김홍도는 풍속화를 통해 미술을 대중의 영역으로 끌어내렸다. 이전까지 일부 상류 계층이 향유하던 ‘그림’이라는 장르는 이제 민중의 삶을 그려내고, 그들의 고달픈 삶을 위로하게 되었다. 현대인의 지난한 삶을 담은 여러 작품에서 보듯이 동시대인을 그려내는 풍속화란 장르는 여전히 유효하다. 다양한 미인도를 통해 미인을 바라보는 프레임의 변화도 추적한다. 민화의 소재들은 88 올림픽의 호돌이처럼 여전히 자유롭게 변주되고 있다. 사후세계를 나타낸 감로도나 시왕도는 고달픈 서민이 마음을 기대는 곳이었다.

 

미인도와 민화 이미지, 사진 출처: 본인 촬영

 

화(和): 조화로움으로 통일에 이르다

‘화(和)’란 대립적인 두 극단의 우호적인 융합(Dynamic and Hybrid)을 의미한다(출처: 전시자료). 화는 성, 속, 아를 아우른다. 신라 금관, 기마상 같은 전통 예술품에서 포스트모더니즘에 이르기까지 서로 융합하고, 조합하는 한국미를 보여준다.

 

자개, 레고, TV박스로 표현한 작품들, 사진 출처: 본인 촬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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