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것이 문화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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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출처: YES24

 

맥도날드 설립자 레이 크록의 자서전

한국어로 <사업을 한다는 것>이라고 팔리고 있는 이 책은 맥도날드의 설립자 레이 크록(Ray Kroc)의 자서전으로 영어 원제는 <Grinding it out>이다. 즉, 무엇인가를 대량 생산한다는 의미인데, 레이 크록이 햄버거를 쏟아내는 맥도날드 시스템을 만들어 낸 사람이라는 점에서 수긍이 가는 제목이다. 원래 이 책은 일본에서 <成功はゴミ箱の中に(성공은 쓰레기통에 있다)>로 먼저 발간되었다. 국내에서도 <성공은 쓰레기통에 있다>라는 제목으로 발간되었으나 크게 히트하지는 못했다. 그런데 제목을 바꾸고, 레이 크록의 개인사를 제거한 후, 손정의와 야나이 타다시의 대담 등을 추가하여 “사업”에 포커스를 맞췄다. 덕분에 책의 주제가 분명해지고, 레이 크록의 변명은 줄었으며, 가독성이 좋아졌다.

 

 

시스템을 만들다

맥도날드라는 시스템: simple is the best

맥도날드는 단순한 음식점이 아니다. 21세기를 살고 있는 우리에게는 흔한 패스트푸드 식당일지 모르겠으나 지난 100년을 되돌아봤을 때 맥도날드만큼 요식업 나아가 사회에 영향을 미친 기업은 드물다. 맥도날드는 패스트푸드(이전의 햄버거 가게는 패스트푸드가 아니었다!)와 셀프 서비스(햄버거를 웨이트리스가 서빙했다!)를 도입했다. 프랜차이즈 시스템을 확립했고, 매장의 입지를 중요시했으며, 전국적으로 광고를 내보냈다. 무엇보다 맥도날드의 가장 큰 업적은 “표준화”이다. 캘리포니아 사막에서만 맛볼 수 있는 맥도날드가 아니라 미 전역 어디에서도, 전 세계 어디에서도 동일한 맛의 빅맥과 프렌치프라이를 먹을 수 있게 한 것이 맥도날드의 힘이다. 이를 위해 음식 제조과정, 접대 및 프랜차이즈 규정을 표준화했다.

 

 

가장 중요한 것은 고객

레이 크록은 최고의 이익은 고객의 얼굴에 있다고 했다. 고객이 만족한 얼굴을 보여주면 저절로 돈이 온다는 의미이다. 따라서 최고의 제품을 만들어 내면 성공은 따라온다고 믿었다. 경쟁사에 신경 쓸 시간에 고객 만족을 위해 연구하라고 했다. 경쟁사가 뭘 하고 있는지는 그들의 쓰레기통을 뒤져보면 알 수 있다. 레이는 새벽 2시에 경쟁사 쓰레기통을 뒤진 적이 많았고, 그 덕에 그들이 얼마나 고기를 쓰고, 얼마나 재고를 남기는지를 알 수 있었다고 말했다.

 

 

동반자

레이는 권한은 가장 낮은 곳에 있어야 한다고 믿었고, 일단 권한을 주었으면(empowerment) 완전히 믿고 맡겨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렇지 않으면 뛰어난 인재들이 회사를 떠나게 된다.

또한 레이는 햄버거 대학을 만들어 직원 교육 시스템을 만들었다. 단순히 햄버거 만드는 법을 가르치는 것에서 넘어 관리자로 성장시키고, 더 나은 교육의 기회를 제공했다. 그는 공급업자도 맥도날드의 동반자라고 믿었다. 맥도날드는 프랜차이즈만 관리할 뿐 점주에게 직접 재료를 팔지 않아야 된다고 믿었다. 물건을 파는 순간 그곳에서 이익을 남기려고 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식재료 공급은 외부에 위탁했는데, 접대를 하려는 공급업자들에게도 오로지 최고의 제품만을 주문했다.

 

직원, 프랜차이즈 점주, 공급업자 모두가 맥도날드와 함께 성장해야 한다고 믿었다.

 

 

열정, 그것이 전부

레이 크록은 직관과 열정으로 맥도날드를 키웠다. 맥도날드 형제의 식당을 보는 순간 그 시스템에 마음을 뺏겼고, 지치지 않는 열정으로 로켓처럼 사업을 쏘아 올렸다. 그는 animal spirit으로 사업을 이끌었고, 부족한 부분은 직원들이 채워갔다. 그는 사업에는 위험이 따르며, 실수를 해도 그 실수에서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으면 된다고 믿었다.

 

나는 행복을 만들어 가는 것도, 문제를 책임지는 것도 각자의 몫이라는 생각을 하며 살아왔다.-57p

 

중요한 것은 바로 그것이다. 내가 늘 그랬듯이 큰 위험 요소를 기꺼이 받아들이다 보면 때로 돈을 날리게 된다. 그래서 삼진을 당했을 때는 그것으로부터 최대한 많이 배우려고 노력해야 한다. 나는 로스트 비프 실험을 통해 잃은 것을 만회하고도 남을 만큼 많은 공부를 했다.- 324p

 

그는 워커홀릭이었다. 사업에 대한 열정으로 가득 찼고, 사업 이외의 것은 재미가 없었으며, 사업에서 활력을 찾았다. 하지만 그런 그라도 어려운 문제가 한꺼번에 닥치면 지치기 마련이다. 그는 제대로 쉬려면 노력이 필요하다고 보았다.

 

그때 나는 문제에 압도되지 않는 법을 배웠다. 한 번에 한 가지 이상을 걱정하지 않기로 했다. 문제가 있어도 불필요하게 조바심을 내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그리고 아무리 중요한 문제라도 그 때문에 수면을 방해받는 일은 없게 하리라 다짐했다.-123p

 

그는 본인만큼 다른 사람들도 맥도날드를 사랑하기를 원했다. 초기 맥도날드는 말 그대로 열정 페이 수준의 급여만을 주었다. 무사히 사업이 성장했기에 망정이지 맥도날드의 급여, 복지 수준은 결코 뛰어나다고 할 수 없다. 레이는 본인도 급여를 안받고, 오히려 전 재산을 쏟아붓는데 그게 무슨 문제냐는 식으로 말했다. 또한 열정이 부족한 직원은 가차 없이 해고했고, 가족과 문제도 많았다. <성공은 쓰레기통에 있다>에 있는 그의 여러 연애사와 사업상의 트러블과 변명은 읽다 보면 지친다. 그도 인정했듯이 그는 독단적이었다.

 

그럼에도 그는 성공했다. 그가 살아온 시대가 맥도날드라는 시스템을 원했고, 그의 불도저 같은 추진력을 원했을 수도 있다. 그는 가장 간단한 시스템으로 가장 효율적으로 수익을 얻었다.

 

 

야나이 타다시의 추천사

<사업을 한다는 것>은 책 앞부분에 소프트 뱅크 손정의 회장과 유니클로 야나이 타다시 회장의 추천사와 대담이 실려있다. 손정의 회장은 레이 크록에게서 “벤처” 정신을 보았고, 그런 성공이 가능한 미국의 자본주의 시장을 칭송했다.

 

그러나 소매업자인 야나이 타다시 회장은 이 책에서 소매업 성공 공식을 추출했다. “Be darling, Be first, Be different”. 남들과 다르지만 빨리, 과감하게 움직여야 한다. 게다가 본질(좋은 제품과 고객 만족)에 집중해야 하고, 실패를 빠르게 인정해야 한다.

 

같은 책을 읽었지만 나는 레이 크록의 변명에 질렸고, 손정의 회장은 벤처 정신을 읽었다. 그러나 야나이 타다시에게는 바이블과 같은 가르침을 남겼다. 그건 그가 실제로 소매업 현장에서 여러 문제를 겪었기 때문일 것이다. 같은 텍스트라도 어떤 상황에서 누가 읽느냐에 따라 가르침과 효용은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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