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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출처: YES24

 

그에게 무엇을 배울 것인가

진부한 표현이지만 제시 리버모어(Jesse Livermore)를 소개하면서 그의 수익률에 대해 이야기하지 않을 수 없다. 그는 주식 시장에서 5달러로 시작해 1억 달러를 번, 전설적인 수익률의 주인공이다. 빈농의 자식으로 태어나 주식시장의 거인이 되기까지 그의 삶은 파란만장했다. 수차례 파산했고, 그 때마다 다시 일어났지만 그럴수록 삶은 피폐해졌다. 개인사에서도 불행이 쌓여갔고, 권총자살로 삶을 마감했다. 혹자는 그가 금전적 손실 때문에 자살했다고 평하지만 신탁 계정을 만들어 두었기에 금전적 손실이 그를 죽음으로 이끈 것은 아니라고 본다. 이 삶이 더 나아질 것이 없다는 절망, 나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라는 절망이 그를 죽음으로 이끈 게 아닐까.

 

그가 살면서 남긴 책은 <How to trade in stocks> 뿐이고, <Reminiscences of a Stock Operator>는 에드윈 르페브르(Edwin Lefevre)가 제시 리버모어를 인터뷰한 내용을 소설로 재구성한 것이다. 전작에서 제시 리버모어는 스스로가 배운 교훈들을 직접 나열하고 있고, 후작에서는 그의 삶을 통해 그가 어떤 교훈을 어떻게 배웠고, 그 교훈들이 얼마나 뼈에 사무치게 소중한 것인지를 알려준다.

 

많은 이들이 제시 리버모어에 대한 책을 선택하면서 “뭔가 특별한 기법이 나와있지 않을까?”라고 기대할 것이다. 아무리 초보라도 이대로만 따라 하면 반드시 수익이 납니다!”라는 식의 기대 말이다. 하지만 그런 건 세상 어디에도 없다! 이 책들은 제시 리버모어가 주식시장에서 고군분투한 기록이다. 지금과 달리 HTS도, 포털의 뉴스 서비스도, 증권사의 레포트도, 시장을 분석해주는 전문가도 없던 시절에 수많은 시행착오를 한 기록이다. 구체적 기법이 나온 것도 아니다. 몇몇 기법이 나왔다고 해서 100여 년 전과 달리 거래량과 유동성, 거래속도가 모두 변한 지금 상황에 직접 대입할 수도 없다.

 

그에 관한 책을 읽으면서 우리는 그가 시장에서 버티면서 뼈아프게 배운 교훈을 비교적 쉽게 배우게 된다. 그 교훈이 시시해 보인다면 당신은 아직 시장에 참여하지 않았거나 오만한 사람일 것이다.

 

 

시장에 맞서지 말라!

주식시장은 매력적인 곳이다. 재고로 고민할 필요도 없고, 어떻게 하면 멋지게 광고를 할까 고민할 필요도 없다. 돈이 돈을 만들어내는 곳이다. 그렇지만 주식시장의 IQ는 3000이라는 말이 있는 만큼 결코 만만한 곳이 아니다. 꾸준히 공부하고, 기록하고, 기억하고, 그렇게 신중하게 준비해서 과감하게 뛰어들어야 겨우 수익을 얻을 수 있다.

 

제시 리버모어의 경험에서 여러 가지 교훈을 도출할 수 있지만 크게 1) 시간, 2) 자금관리, 3) 심리로 나눠볼 수 있다.

 

시간

시장에는 추세라는 것이 있다. 거스를 수 없는 큰 흐름이 있어서 상승장에서는 악재가 무시되고, 하락장에서는 호재가 무시된다. 그러니 추세를 타야 한다. 그렇다고 매일, 매순간 오르고 내리는 모든 흐름에 일일이 반응할 필요도 없고, 그래서도 안된다. 리버모어는 처음에는 거래를 빈번하게 했지만 잦은 거래가 계좌와 정신을 피폐하게 만든다는 걸 깨달았다. 쉬는 것도 전략이며, 그래야 큰 추세가 나왔을 때 그 파도에 적극적으로 탈 수 있다.

 

손실은 짧게, 이익은 크게 갖고 가야 한다. 그러려면 자신이 원하는 가격이 올 때까지 기다렸다가 매수, 매도를 해야 한다. 손절 범위는 정하고 들어가야 하며, 인내심을 갖고 수익을 키워야 한다.

 

 

자금관리

추세 추종자인 리버모어는 물타기 대신 불타기라 할 수 있는 “피라미딩 전략”을 구사했다. 즉, 가격이 떨어졌다고 주식을 추매해 평균 단가를 낮추면 안 된다는 것이다. 얼핏 이해하기 어렵지만 이는 결국 상승하는 주식만을 사서, 더 오를 때 판다는 기본 전제에 가장 부합되는 것이다. 주가가 떨어지는 도중에 주식의 단가를 낮춰봤자 손실만 커질 뿐이다.

 

또한 그는 현금 관리를 강조했다. 레버리지를 크게 써서 파산을 해 본 경험이 있기에 현금이 생명선이라고 강조했다. 파산을 겪고 나서 그는 신탁계좌를 만들어 만약에 대비했다. 그는 계좌에 있는 돈이 아니라 '계좌에서 인출해 내 손 안에 있는 돈'이 진짜라고 강조했고, 수익이 발생하면 일정액을 인출했다. 진짜 현금을 만지면 심리적으로, 금전적으로 안정된다.

 

 

심리

무지와 공포, 탐욕과 희망.

사람들은 모르기 때문에 두려워한다. 그러니 두려움을 줄이기 위해서는 시장에 대해 꾸준히 공부해야 한다. 그럼에도 우리는 시장을 따라잡을 수 없다. 시장을 완벽하게 예측할 수도 없고, 이길 수도 없다. 주식 시장에 대해 우리가 알 수 있는 건 단 하나, 우리는 시장을 모른다는 것이다. 그러니까 계속 공부해야 한다.

탐욕은 사람을 성급하게 만든다. 쉽게 수익을 올리려고 하며, 분별력을 앗아간다. 그러다가 물려서 ‘비자발적인 투자자’가 된다. 그 이후에는 희망(고문)으로 버틴다. 언젠가 오르겠지, 호재가 나오겠지.

 

다시한번 강조하지만 인내심을 가지고 추세를 기다려야 한다. 언제 추세가 오는지 알려면 꾸준히 공부해야 한다. 그것이 큰 추세이고, 얼마나 지속될지 알려면 꾸준히 관찰하고, 기록해야 한다. 무릎에서 사서, 어깨에서 팔아야 한다. 바닥과 꼭대기를 노릴 수 있다고 자신하지 말라. 시장은 언제나 우리를 이긴다.

 

 

투기와 투자

투기와 투자의 차이는 무엇일까? 워런 버핏이 하면 투자고, 제시 리버모어가 하면 투기일까? 투기와 투자 모두 목적은 같다. 돈을 많이 버는 것이다. 방법도 같다. 싸게 사서, 비싸게 파는 것이다. 투자와 투기를 완벽하게 분리할 수 있을까?

 

나는 아직도 양자의 차이를 모르겠다. 탐욕의 여부? 비밀 정보의 유무? 어떤 복부인이 국토부 공무원에게 들은 정보로 강남 아파트 한 채를 사서 팔은 것과 어떤 회사원이 매일 출퇴근하다가 눈여겨본 아파트가 수익이 날 것 같아서 몇 개월 동안 시세를 조사하고, 공인중개사 사무소를 돌아다니며 정보를 얻어서 사서 팔은 것. 결과적으로 같은 아파트를 사서 팔았지만 전자와 후자가 얼마나 큰 차이가 날까? 그 수익을 얻기 위해 치열하게 공부하고, 정보를 찾아다니고, 시간과 돈을 투여했다면 그건 투자가 아닐까? 그 자산에 대해 애정을 가져야지만 투자일까? 그 애정 때문에 팔 시기를 놓치면 그건 좋은 투자가 아니다.

 

사람들은 워런 버핏은 투자자라 하고, 제시 리버모어는 투기꾼이라 부른다. 그러나 오를 것 같은 주식을 공부해서, 적당한 때가 오면 과감하게 사고, 적당한 때에 팔아서 수익을 얻는다는 점에서 양자는 같다. 리버모어는 상대적으로 주식을 짧게 보유했지만 버핏도 포트폴리오를 조정한다. 특정 주식의 보유 기간에 대해서는 차이가 있겠지만 결국 주식 시장의 거인이 알려주는 것은 공부하고, 인내하라는 것이다.

 

투기라고 하는 게임만큼 언제나 그렇게 흥미진진한 게임도 없다. 그러나 이 게임은 어리석은 사람이나 정신적으로 굼뜬 사람, 감정 조절이 잘 안 되는 사람에게는 어울리지 않는다. 단번에 벼락부자가 되려는 투기꾼에게는 더더욱 맞지 않는다. 이런 사람들은 불행 속에서 죽음을 맞이할 것이다.- <How to trade in stocks>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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