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것이 문화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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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출처: YES24

 

누가 음악 산업에서 돈을 버는가

아주 오랫동안 수많은 아이돌 그룹을 좋아했다. 약 **년간 오빠들이 나오는 방송을 꼬박꼬박 챙겨봤고, CD와 잡지를 샀고, 오빠들이 CF를 찍은 물건만 골라서 샀다. **만원의 표값을 내고 콘서트에 갔고, 팜플렛, 티셔츠 같은 굿즈도 샀다. 오빠들이 부자가 되길 바라며, 나를 즐겁게 해주는 오빠들에게 보은하는 마음에 열심히 소비를 했다.

 

시간이 흘러 삐딱한 어른이 된 나는 “과연 이 돈이 오빠들에게 가는 게 맞는 건가?”를 의심하기 시작했다. 그래서 계산을 해봤다. 음반, 광고 등의 수익구조는 계약서에 따라 다를 테니 내가 구체적인 금액을 알 수 없다. 그래서 비교적 쉬울(?) 것 같은 콘서트 수익을 구했다. 콘서트의 수입은 비교적 단순하다. 티켓 값과 콘서트장 앞에서 파는 굿즈 값이 전부다. 그럼 지출은? 이건 실로 엄청났다. 먼저 콘서트 회장 임대료, 무대 디자인 비용, 설치 해체비용, 장내 정리 스태프와 경비 비용이 들어간다. 조명과 음향 스태프도 필요하다. 콘서트장에서 밴드를 고용한다면 비용이 새로 발생하고, 추가 백댄서 비용도 발생한다. 심지어 밴드와 백댄서는 리허설을 같이 해야 하기 때문에 콘서트 기간이 길어지면 비용이 더 발생한다. 지방이나 해외 공연이 있다면 이들도 데려가야 한다. 안무가도 필요하고, 콘서트에 맞게 편곡도 해야 한다. 그 과정에서 저작권료가 나갈 수도 있다. 리허설 기간과 콘서트 중에 먹는 밥값도 필요하고, 의상도 새로 만들어야 한다. 그게 끝이 아니다. 매니저 월급도 줘야 하고, 소속사 사장님도 돈을 가져가야 한다.

 

계산해보니 수입은 고정되어 있는데 지출은 계속 늘어나는 구조였다. 그럼 도대체 콘서트를 해서 돈이 남긴 하는 거야? 결론은 1) 제작비용이 매우 저렴한 굿즈가 많이 팔리거나 2) 콘서트 횟수를 늘려 고정비용의 비율을 줄이고, 수익을 늘리는 수밖에 없었다.

 

음악 산업에는 표면적으로 눈에 보이는 뮤지션 외에 너무나도 많은 사람들이 포함되어 있다. 매니저, 음반회사, 콘서트 관계자 등 수많은 포식자가 뮤지션이 벌어오는 돈을 나눠가진다. 슈퍼스타가 되면 부자가 될 수 있지만 슈퍼스타보다 매니저나 음반회사 등이 더 쉽게 부자가 될 수 있다. 생각보다 뮤지션에게 돌아가는 돈은 얼마 되지 않는다.

 

음악산업의 시장구조: 수요+공급+a

음악산업은 전체 경제에서 생각보다 적은 비중을 차지한다. 저자인 앨런 크루거에 따르면 음악 시장이 가장 큰 미국에서 조차 미국 전체 GDP의 1-2% 정도를 차지할 뿐이다. 슈퍼스타 뮤지션이 엄청난 부자가 되는 것 같지만 동년배의 다른 업종의 슈퍼스타(CEO 등)에 비하면 적게 버는 편이다.

 

게다가 음악산업은 정량적으로 평가하기 쉽지 않다. 일반적으로 회사에 다니면 비슷한 양식의 고용 계약서를 쓰기 때문에 고용 상태에 대한 데이터를 수집하기 쉽다. 그러나 음악을 시작할 때 모두가 그런 계약서를 쓰는 것도 아니고, 대기업에서만 음반이 나오는 것도 아니다. 동네 친구끼리 취미로 시작했다가 성공하기 시작하면서 대형 음반사와 계약을 맺을 수도 있지만 그전까지 벌어들인 수익 규모나 배분 여부는 기록으로 남아있지 않다. 그래서 음악사업은 데이터 수집이 어려워서 분석하기 어렵다.

 

그럼에도 음악산업도 다른 산업과 마찬가지로 “수요와 공급”이 지배하는 시장이다. 음악을 원하는 소비자가 있고, 음악을 제공하는 뮤지션이 있다. 이에 더해 평판이 중요하다. 인기가 높아질수록 음반(음원) 가격이나 콘서트 표값을 높이면 되지만 그렇게 하면 “조금 뜨더니 돈만 밝힌다”는 비난을 듣고 인기가 떨어진다. 그래서 음악시장에서는 수요와 공급이 만나는 가격보다 낮은 가격에서 음악의 가격과 콘서트 표값이 정해진다.

 

수요는 증가하고 있다

음악은 다른 재화와 다르다. 대표적인 경험재이며 심신을 안정시키고, 조직에 결속력을 제공하는 긍정적 외부효과를 가진다. 사람들은 늘 음악을 원했다. 다만 기술에 따라 음악산업에 흘러드는 돈의 크기는 변했다.

 

음반 제작은 한계비용이 작기 때문에 음반이 많이 팔릴수록 돈을 벌었다. 그런데 음원 파일의 불법 다운로드가 가능해지자 음악산업이 고사할 수 있다는 위기가 퍼졌다. 이를 구원한 것이 스트리밍이었다. 스트리밍이 시작되면서 음악산업의 파이는 커지고 있다. 그건 사람들이 갑자기 저작권에 대해 큰 깨달음을 얻어 정식으로 돈을 내 뮤지션을 보호해야겠다고 생각했기 때문이 아니다. 매달 일정 금액(약 10달러 전후)을 지불하면 수백만 개의 곡을 무제한으로 들을 수 있기 때문이었다. 사람들은 일일이 다운로드하는 대신 약간의 비용을 지불하기로 결정했다. 인간의 귀찮음을 비용으로 전환했기 때문에 음악산업은 성장하고 있다.

 

공급구조는 불평등하다: 저작권과 슈퍼스타

일반적으로 어떤 산업에 돈이 흘러넘치면 그 산업에 진입하는 사람들이 많고, 돈이 안 되는 일이라면 사람들이 떠나간다. 그러나 음악산업은 조금 다르다. 거의 대부분 “음악을 시작하는 사람들”은 음악에 대한 열정, 내 안의 음악이 흘러넘쳐서 주체할 수 없는 상태에서 음악을 시작한다. 돈을 벌 수 없다고 해도 그 열정만으로 시간과 체력을 들여 음악을 만들어 낸다. 그래서 음악은 항상 넘치게 공급된다.

 

그렇다고 모든 이가 돈을 버는 건 아니다. 음악산업에서 저작권의 중요성, 귀속 여부가 깔끔하게 정리된 건 비교적 최근의 일이다. 그나마도 기술이 발전하면서 발생하는 다양한 수입(스트리밍, 음원 수입, 라디오 송출 저작권, 2차 재생권 등)에 대해서는 계약서에 제대로 기술되지 못했고, 그래서 많은 뮤지션들이 새로운 수익을 만져보지도 못한다.

 

물론 저작권 여부를 따지기 전에 사람들에게 알려지지 못하고, 최저 생계비 미만의 돈을 벌거나 오히려 자기 돈을 들여서 음악을 하는 사람이 대부분이다. 롱테일 법칙에 따르면 인터넷의 발달 덕분에 사람들이 자신의 취향에 맞는 재화를 검색할 수 있다고 한다. 이건 기존에 상위 20%가 전체 수익의 80%를 차지한다는 경제 법칙을 뒤집고, 하위 80%가 약진하는 계기라고 말한다. 그러나 인터넷이 일상생활에 진입한 지 20여 년이 지난 지금, 음악 산업뿐 아니라 전체 경제에서 롱테일 법칙이 아닌 “슈퍼스타 법칙”이 지배하고 있다. Top 10의 뮤지션이 전체 수익의 80% 이상을 차지한다. 사람들은 자신의 취향에 맞는 음악을 검색해서 듣는 게 아니라 남들이 많이 들었다는 음악을 들었고, 이는 다시 알고리즘이 되어 부익부 빈익빈 현상을 초래했다. 스트리밍이라는 기술은 보다 많은 사람에게 음악을 전파해 규모의 경제를 만들어냈고, 동시에 슈퍼스타가 모든 걸 가져가기 쉬운 구조가 만들어졌다.

 

스트리밍은 음악 산업 전체의 파이를 키웠고, 수입구조를 투명하게 만들었지만 더욱 큰 불평등을 초래하고 있다. Top 10은 스트리밍에서 더 많은 금액을 가져가며, 오히려 인기가 없는 뮤지션은 최장 수개월간 스트리밍에 대한 수익을 배분받지 못한다. 박리다매를 해야 하는 구조로 바뀐 것이다. 음악 자체가 저렴한 재화가 되면서 사람들은 보다 “특별한 것”을 원하게 되었다. 그래서 굿즈 시장이 커지게 됐고, 콘서트에 대한 수요가 더욱 커졌다. 사람들은 “남들이 누리지 못하는 경험”을 원했다. 스트리밍 때문에 음원 수익이 줄어든 뮤지션에게도 콘서트는 돌파구였다. 콘서트는 고정비용이 많이 들지만 횟수가 늘어날수록 뮤지션에게 돌아오는 수익이 커진다. 특별한 경험을 원하는 수요와 수익을 원하는 공급이 결합되어 콘서트 시장은 커지고 있다.

 

가격차별이 필요하다!

음악은 다른 재화와 달리 품질이 균일하지 않고, 동일한 음악이라도 받아들이는 사람에 따라 부여하는 가치가 다르기 때문에 가격차별이 필요하다. 어떤 이는 더 많은 돈을 내고, 더 빨리, 더 특별한 경험을 하길 원하고, 어떤 이는 거의 공짜로 음악을 소비하기 원한다. 이를 효과적으로 이용한 것이 테일러 스위프트(Taylor Swift)다. 그녀는 음반은 정가로 팔면서 스트리밍 사이트에는 자신의 음원을 1-2달 늦게 공개했다. 그녀의 찐 팬이라면 돈을 더 주고서라도 음반을 사서 듣는다. 그렇게 고객을 분류한 그녀는 콘서트 표에 대해서도 가격 차별을 했다.

 

운이 중요하다!

음악시장에서 성공하려면 운이 정말로 중요하다! 비틀스, 퀸, 메탈리카 등이 다른 매니저, 다른 음반회사를 만났다면 그렇게 크게 성공할 수 있었을까? 아니 그들이 미국이나 영국이 아닌 개도국에서 태어났다면 그만큼 성공할 수 있었을까? 세상이 나의 음악에 호응해주는 것도 운이다. 퀸의 <보헤미안 랩소디>나 모차르트의 곡들은 동시대인들이 따라가기 힘든 진보적인 음악이었다. 기술의 영향도 무시할 수 없다. 유튜브와 트위터가 없었다면 BTS가 월드스타가 될 수 있었을까?

 

좋은 음악을 만드는 것 이상으로 운이 중요하다.

 

음악 산업은 사라지지 않는다. 다만 계속 변할 뿐이다

음악 산업은 계속 변했다. 사람들이 듣는 곡의 흐름은 물론이고, 기술과 경제 구조 때문에 음악산업의 구조가 바뀌기도 한다. 스트리밍 시대가 되면서 곡이 시작되고 처음 30초는 정말 중요해졌다. 30초 내에 소비자를 잡아두지 못하면 음원이 뜰 수 없다. 그래서 최근 곡들은 30초 내에 가사가 시작되고, 가장 임팩트 있는 부분이 나온다. 비용 문제 때문에 밴드나 그룹은 점차 감소한다. 구성원이 많으면 수익을 1/n로 나눠야 하고, 그 과정에서 인기 있는 멤버와 그렇지 않은 멤버 간에 불화가 생기기 때문이다. 그래서 최근에는 그룹을 만들기보다 피처링의 비율이 늘어나고 있다.

 

이 책은 미국의 음악산업, 특히 rock 그룹을 중심으로 살펴보고 있다. 그러나 한국, 중국, 일본에 대해서도 약간 언급하고 있다. 자연 발생한 밴드가 인기를 얻으면서 음반사와 계약하는 미국, 영국과 달리 한국과 일본에서는 기획사가 오디션으로 사람을 뽑아 장기간 훈련시킨 다음, 컨셉을 정해 데뷔시킨다. 가장 큰 권한을 가지는 건 기획사이며, 음반 회사, 콘서트 기획자 등은 부차적인 지위를 가진다. 장기간의 훈련기간 때문에 더 많은 리스크를 갖게 되고, 그 과정에서 노예계약이 생겨난다.

 

 

콘텐츠 산업에서 성공하려면 기술의 대세를 타고, 슈퍼스타가 되어라!

이 책이 내린 결론은 음악 산업뿐 아니라 모든 콘텐츠 산업에 적용된다. 콘텐츠를 팔아서 성공하려면 1) 슈퍼스타가 되어야 하며, 2) 규모의 경제를 이용해 더 많은 사람에게 전파되어야 한다. 예전에 음악은 인간 성량의 한계 때문에 한 번에 누릴 수 있는 사람이 몇백 명에 불과했다. 그렇지만 녹음 기술이 발달해 음반이 발매되면서 산업이 커졌고, 뮤지션의 수익도 증가했다. 기술의 발전으로 스트리밍 시대까지 오자 뮤지션이 활동하는 범위는 공연장에 국한되지 않고, 전 세계가 되었다.

 

 

다른 콘텐츠도 마찬가지다. 사람들의 취향을 고려한 적당한 수준의 콘텐츠를 기술의 힘을 빌려 널리 퍼뜨려야 한다. 그럼 슈퍼스타가 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슈퍼스타가 되면 부익부 빈익빈으로 더 큰 인기를 누리게 된다. 물론 그 과정에서 선택받느냐 여부는 운이 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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