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것이 문화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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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출처: 네이버 영화

 

사람은 누구나 죽는다

사람은 누구나 죽는다. 그러나 우리는 자명한 그 사실을 애써 모른척하며, 혹은 진짜로 잊은 채로 살아간다. 그러다 죽음을 마주하게 되면 그제야 묻는다. 정말 죽는건가?

 

시한부 선고를 받게 되면 본인은 물론 주변 사람들도 절망에 빠진다. 아직 죽지도 않았는데 눈물을 흘리고, 몸에 좋은 걸 먹고, 모든 버킷리스트를 이루려 한다. 사실 우리는 모두 시한부 인생이다. 다만 누군가는 자신이 언제쯤 죽는다는 걸 알고, 나머지 대부분은 자신이 언제 죽는지 모른다는 게 다를 뿐이다. 암에 걸려서 3개월 뒤에 죽을 수도 있지만 교통사고로, 비행기 사고로, 태풍에 날아온 간판에 맞아서, 벼락에 맞아서 또는 그냥 자다가 갑자기 죽을 수도 있다. 각각의 사건이 일어날 확률은 다르지만 우리가 죽을 확률은 모두 100%다. 그러니 시한부 선고를 받은 환자와 다른 이들에게 남아있는 하루의 가치는 별반 다르지 않다. 건강한 사람이라도 오늘 하지 못한 일을 내일 하게 되리란 보장은 없다. 마찬가지로 남아있는 인생을 평범한 일상이 아닌 특별한 일들로 굳이 채울 필요도 없다.

 

내가 산다는 것, 같이 살아간다는 것

그렇다면 산다는 건 무엇일까? 죽는 게 이미 정해져 있는데 열심히 노력해서 아등바등 살아야 할 필요가 있을까? 사쿠라는 “산다는 건 누군가와 마음을 나누는 일”이라고 한다. 누군가를 인정하고, 좋아하고, 싫어하고, 그렇게 타인과 교류해야 자신의 삶이 의미를 가진다고 말한다. 자발적 외톨이인 “나(僕)”는 이 말에 흔들린다. 다른 사람의 진심은 묻지 않은 채, 남들은 이렇게 생각할 거라 지레짐작하며 자신만의 성벽을 쌓아왔던 “나”는 사쿠라와 비밀을 공유하고, 조금씩 세상에 다가간다. 반면 모두에게 사랑받는 사쿠라는 정작 자신의 비밀을 다른 이에게 털어놓는 게 두렵다. 시한부 인생인 자신을 보며 슬퍼할 사람들을 감당하기 힘들다. 자기 자신은 어디에도 실체가 없는 것 같아 두렵다. 사쿠라가 보기에 “나”는 자신의 세계가 확실한, 뿌리가 단단한 나무와 같다.

 

산다는 건 단순히 숨을 쉬고, 밥을 먹고, 종말을 기다리는 것이 아니다. 살아가는 동안 우리가 해야하는 건 나의 내면을 채우고, 타인과 손을 잡는 것이다. 단단하게 뿌리를 내리고, 가지를 뻗어 그늘을 만들고, 주변과 어우러지는 것이다.

 

너의 췌장을 먹고 싶어

사쿠라가 가장 좋아하는 책인 <어린왕자>는 “관계”에 대한 이야기다. 어린왕자는 장미에게 정성을 쏟지만 장미의 냉랭한 태도에 상처받는다. 자신의 별을 떠나 여러 곳을 여행하던 어린왕자는 여우를 만나 “길들인다는 것, 관계를 만든다는 것”에 대해 배운다.

 

사진 출처: YES24

 

「내 생활은 단조로워. 나는 닭을 쫓고, 사람들은 나를 쫓고. 닭들은 모두 그게 그거고, 사람들도 모두 그게 그거고. 그래서 난 좀 지겨워. 그러나 네가 날 길들인다면 내 생활은 햇빛을 받은 듯 환해질 거야. 모든 발자국 소리와는 다르게 들릴 발자국 소리를 나는 듣게 될 거야. 다른 발자국 소리는 나를 땅속에 숨게 하지. 네 발자국 소리는 음악처럼 나를 굴 밖으로 불러낼 거야. 그리고 저기, 밀밭이 보이지? 나는 빵을 먹지 않아! 밀은 내게 아무 소용이 없어. 그래서 슬퍼! 그러나 네 머리칼은 금빛이야. 그래서 네가 나를 길들인다면 정말 놀라운 일이 일어날 거야. 밀은, 금빛이어서, 너를 생각나게 할 거야. 그래서 나는 밀밭에 스치는 바람 소리를 사랑하게 될 거고…….」-<어린왕자> 중

 

어린 왕자는 장미들을 다시 보러 갔다. 그는 꽃들에게 말했다. 「너희들은 내 장미를 전혀 닮지 않았어, 너희들은 아직 아무것도 아니야. 누구도 너희들을 길들이지 않았고, 너희들은 누구도 길들이지 않았어. 너희들은 옛날 내 여우와 같아. 수많은 다른 여우들과 다를 게 없는 여우 한 마리에 지나지 않았지. 그러나 내가 친구로 삼았고, 그래서 이제는 이 세상에서 단 하나밖에 없는 여우가 됐어.」 이 말에 장미꽃들은 난처했다. 「너희들은 아름다워, 그러나 너희들은 비어 있어.」 어린 왕자는 다시 말했다. 「아무도 너희들을 위해 죽을 수는 없을 거야. 물론 멋모르는 행인은 내 장미도 너희들과 비슷하다고 생각할 거야. 그러나 그 꽃 하나만으로도 너희들 전부보다 더 소중해. 내가 물을 준 꽃이기 때문이야. 내가 바람막이로 바람을 막아 준 꽃이기 때문이야. 내가 벌레를 잡아 준 꽃이기 때문이야(나비가 되라고 두세 마리만 남겨 놓고). 내가 불평을 들어 주고, 허풍을 들어 주고, 때로는 침묵까지 들어 준 꽃이기 때문이야. 그것이 내 장미이기 때문이야.」-<어린왕자> 중

 

 

다른 이에게 다가가기 위해서는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고, 그 과정에서 상처 받을 수 있다. 그럼에도 관계에서 기쁨을 얻고, 그 안에서 성장한다. “나(하루키, 春樹)”는 사쿠라 덕분에 타인에게 마음을 열게 되었다. 사쿠라는 나를 만나 스스로를 믿게 되었다. 봄이 와야 벚꽃이 핀다. 벚꽃이 피어야 봄이 왔음을 느낀다.

 

사진 출처: 네이버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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