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것이 문화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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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출처: YES24.com

자유와 책임(Freedom & Responsibility)

넷플릭스(Netflix), 우편으로 DVD를 빌려 주던 작은 회사는 이제 전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콘텐츠 기업이 되었다. 창의력의 정점인 콘텐츠 업계에서 선두에 서기 위해 넷플릭스는 오직 하나의 원칙(principle)에 따라 다른 모든 규정(rule)을 없앴다. ‘자유와 책임(Freedom & Responsibility)’, 그것이 넷플릭스의 전부다.

 

유능한 인재

회사에는 유능한 인재만 남긴다. 저성과자나 넷플릭스에 해가 되는 인물은 두둑한 퇴직금을 쥐어주고 해고한다. 직원 수를 늘려 회사의 규모를 키우는 것은 목표가 아니며, 소수정예의 인원으로 최대의 성과를 올리는 것이 중요하다. 회사는 “가족이 아니라 프로 스포츠 팀”이기 때문이다. 가족은 어려워도 헤어지지 못하고, 그 결과 서로의 발목을 붙잡을 때도 있지만 프로 스포츠 팀은 승리를 위해 모든 수단을 동원한다. 만나고 헤어지는 것, 성과가 떨어지면 가차없이 내치는 것은 모두 승리라는 목표를 위해 정당화된다. 인간적인 감정 때문에 저성과자를 끌어안고 있다고 회사 분위기가 좋아질까? 넷플릭스는 대규모 해고 이후 오히려 직원들의 사기와 성과가 좋아지는 걸 경험했다. 모든 일을 대충하는 월급 루팡을 해고하고, 최선을 다하는 유능한 인재들만 남은 편이 회사와 직원 모두에게 윈윈(win-win)이었다.

 

인재의 밀도를 높이려고 노력한다. 키퍼 테스트를 통해 대체 불가능한 인물인지를 묻는다. 대체불가능한 유능한 인재에게는 업계 최고의 보상을 했다. 직원들이 자신의 성과에 너무 신경을 쓰면 창의력이 발휘하기 어렵다고 보며, 따라서 두둑한 현금을 쥐어주는 편이 다른 것에 신경 쓰지 않고, 회사 일에 집중할 수 있게 만드는 동력이었다. 성과는 창의력이 최대로 발현되면 자연스럽게 따라오는 것이다.

 

유능한 인재는 단순히 똑똑한 사람을 의미하지 않는다. 똑똑한 것과 일을 잘하는 것은 별개이며, 아무리 개인의 성과가 좋더라도 주변에 악영향을 끼치거나 넷플릭스에 피해를 주는 인간은 유능한 인간이 아니다. 가령 ‘똑똑한 왕재수’는 스스로의 똑똑함에 도취되어 주변인들에게 솔직함을 가장한 악담을 해 분위기와 회사 평판을 해친다. 성과가 아무리 좋더라도 과도하게 회사 경비를 유용해 회사에 해를 끼쳤다면 유능한 것이 아니다. 넷플릭스가 원하는 유능한 인재는 자신의 행동에 책임질 수 있는 인물이다.

 

솔직한 문화

솔직하게 모든 걸 공개한다. 회사 내에서 불필요한 사내 정치를 없애고, 직원들의 불안을 줄이는 것이 필요하다. 따라서 모든 의사결정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다른 기업이라면 굳이 밝히지 않는 재무상태도 가감없이 공개한다. 정기적으로 피드백을 한다. 솔직한 문화라고 해서 상대방의 약점을 공격하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상대방을 공격만 하는 사람은 넷플릭스에 해가 된다. 피드백은 상대방의 긍정적인 변화를 이끌어내기 위해 필요한 방향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그리고 유능한 인재라면 이런 피드백을 받으면 성장하게 된다.

 

규칙 없음

넷플릭스에는 규칙이 없다. 회사가 규정한 자잘한 규칙들은 직원을 위축시킨다. 회식 비용에 신경쓰느라 쓸데없는 계산을 하고, 식당을 검색하며, 출장경비를 신경쓰느라 중요한 계약을 앞두고도 쪽잠을 잔다면 최고의 창의력을 발휘할 수 없다. 넷플릭스는 직원들이 그런 것에 신경 쓰지 않고 최대한 자유롭게 행동할 수 있게 했다. 물론 처음에는 시행착오가 많았다. 가장 바쁜 시기에 휴가를 내버리는 회계팀 직원이나 단거리에도 비행기 1등석을 이용하거나 회사 공금을 유용해 본인 생활비를 쓰는 경우도 있었다. 그래서 “넷플릭스에 도움이 되는 행동인가”라는 질문을 세웠다. 아무리 짧은 거리라도 중요한 계약에 임박했다면 비싼 비행기 좌석을 이용해 편하게 이동하는 게 중요하다. 그게 아니라면 굳이 1등석을 탈 필요가 없다. 언제, 얼마나 길게 휴가를 떠나도 괜찮지만 분명히 바쁜 시기에 일을 하지 않기 위해 휴가를 떠나서는 안된다. 이런 얌체 같은 인물은 넷플릭스에서 해고된다. 넷플릭스는 무제한의 자유를 주면서 그에 따른 책임을 요구한다.

 

자유와 책임(F&R) vs. 규칙과 과정(R&P)

넷플릭스처럼 무제한의 자유를 주는 것이 다른 기업에서도 통용될 수 있을까? 넷플릭스는 창의력을 강조하는 콘텐츠 및 테크 기업이다. 창의력을 극대화하기 위해 다른 자잘한 것에 신경 쓰지 않고, 일에 몰입해야 한다. 창의력이 발휘된다면 성과는 2-3배가 아니라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며, 따라서 유능한 인재 1명이 평범한 인재 만 명보다 더 큰 성과를 낼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대부분의 행정적인 업무나 창의력 대신 고정화된 매뉴얼을 따르는 업무에서는 무제한의 자유가 아닌 규칙과 과정(R&P, Rules & Process)이 필요하다. 가령 원자력 발전소는 고도의 안전 기준을 요구한다. 모든 행동을 매뉴얼화해서 매일 철저하게 확인해야 하는데, 이런 회사에서 자유롭게 출퇴근하고, 맘대로 휴가를 가버리면 매일의 안전을 확보할 수 없다. 게다가 이런 회사에서는 개인의 실적이 성과를 기하급수적으로 증가시키지도 않는다. 마찬가지로 동사무소의 공무원도 매뉴얼에 따라 일을 처리해야 한다. 창의력이 필요하지 않은 직군이라면 무제한의 자유는 독이 될 수 있고, 과도한 책임만을 질 수 있다. 이런 직군은 규칙과 과정으로 이끄는 것이 필요하다.

 

자유와 책임, 글로벌 기업의 숙제

이제는 글로벌 기업이 된 넷플릭스에서 자유와 책임이라는 원칙이 전세계 직원에게 모두 통용될 수 있을까? 특히 솔직하게 피드백하는 문화가 미국이 아닌 다른 나라에서도 자리잡을 수 있을까? 넷플릭스는 전세계 직원을 상대로 문화 반응 정도를 조사했다. 같은 피드백을 들어도 미국인은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는데, 아시아인은 모욕으로 받아들이기도 했다. 특히 평생직장 개념이 유효하고, 오모테(表)와 우라(裏)를 구분하며, 모든 것이 매뉴얼로 되어있는 일본에서는 넷플릭스의 원칙이 통용될 수 있을까? 넷플릭스는 처음엔 미국화된 일본인을 뽑아서 일을 시켰지만 그럼에도 이들은 피드백을 개인적인 질책으로 받아들이기도 하며, 상사에 대한 피드백을 어려워했다. 넷플릭스의 인재 규정은 개인의 자유와 책임을 강조하는 미국에서도 도발적인 시도이다. 스스로에게 책임을 지는 유능한 직원들조차도 거대한 책임을 두려워하고, 무제한의 자유 앞에서 망설인다. 하물며 소소한 횡령을 소확횡이라 칭하는 사람들이 자유의 무게를 감당할 수 있을까? 권위주의적 사회 분위기에 익숙한 나라일수록 넷플릭스의 인재 관리 모델이 낯설 것이다.

 

 

자유와 책임을 강조하며, 저성과자를 해고하는 넷플릭스의 인재 규정이 잔혹하다는 비판도 있다. 그러나 다르게 보면 그 사람을 신뢰하기에 무제한의 자유를 준 것이다. 상대방의 창의력과 책임감을 믿는 것, 성장을 향해 함께 달려가는 것, 그것이 넷플릭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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