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것이 문화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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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출처: YES24.com

세상 모든 것에는 가격이 매겨져 있다

세상 모든 것은 ‘가격’을 가진다. 편의점 김밥 같은 물건에서부터 넷플릭스 구독 같은 서비스는 물론 우리의 목숨, 여성의 몸값, 결혼, 자식 유무 등이 화폐 단위로 표시된 가격을 가진다. 감히 고귀한 인간의 목숨과 행복 같은 무형적 가치를 돈으로 계산하려 한다고 화를 낼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 세상 모든 것에 가격이 존재한다는 사실 자체를 부정할 수는 없다. 오늘도 누군가는 자신의 목숨 값으로 생명보험에 가입하고, 위험한 직업군은 수당을 더 받으며, 사교육비를 고려해 자식을 더 낳을지 고민한다. 아주 오래전부터 세상의 모든 것에는 가격이 매겨져 있었고, 그 가격은 시대와 장소에 따라 다르게 나타났다.

 

어떤 지역에서는 여성이 결혼할 때 지참금을 지불해야 하며, 때문에 여자아이를 늘리지 않으려 낙태나 여아 살해를 일으킨다. 그러나 이런 관습이 지속되어 성비가 역전되면 여성이 지참금을 받으며 결혼을 하게 된다. 그러나 이 경우에도 매매혼이나 인신매매 같은 문제가 발생한다. 지금까지 많은 문화권에서 결혼 적령기 여성을 금전거래의 대상으로 본 것은 여성이 미래에 낳을 자식에 대해 기대 지대까지 지불하기 때문이다. 한편 세상의 가치가 자식을 많이 낳는 것에서 소수의 자식에게 양질의 교육을 제공하는 것으로 바뀌자 그들을 가르칠 어머니인 여성의 교육에 대한 가치가 상승했다.

 

1만 6500-2만 4500달러의 공돈이 생기는 것은 결혼을 했을 때와 거의 비슷한 행복도 증가를 가져온다. 또 17만 8300-18만 7600달러를 잃는 것은 자녀의 죽음을 경험하는 경우와 비슷한 수준의 불행감을 가져온다. 2009년 갤럽 조사에 따르면, 연간 소득 2만 4000달러 이하인 미국인들 가운데 30퍼센트가 우울증을 겪는 데 반해 연간 소득 6만 달러 이상인 사람들 가운데 우울 증세를 겪는 사람은 13퍼센트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물질적 부는 행복 증가에 분명히 영향을 미친다.-p.101 3장 ‘행복의 가격’ 중에서

 

생명의 가격에 대해서는 아래 글 참조

생명 가격표: 각자 다른 생명의 값과 불공정성에 대하여(Ultimate Price: The Value We Place on Life)-사람마다 목숨 값이 다르다

 

생명 가격표: 각자 다른 생명의 값과 불공정성에 대하여(Ultimate Price: The Value We Place on Life)-사람마

불편한 진실 우리는 “모든 인간이 평등한 민주주의 사회”에서 살고 있지만 동시에 “돈이 세상의 질서인 자본주의 사회”에서도 살고 있다. 그래서 우리는 모든 목숨은 소중하다고 알면서도

moku-culture.tistory.com

 

가격은 합리적이지도, 정의롭지도 않다

가격은 합리적으로 정해지지 않는다. 고전 경제학자는 투여 자본의 합(특히 노동력)이 가격이라고 설명한다. 이를 받아들이는 사람들은 스타벅스 아메리카노 한 잔의 가격이 원두와 물, 매장의 파트너 임금의 합 이상이라고 불만을 나타낸다. 그들은 지대와 사람들의 지불의사, 무형의 가치를 인정하지 않는다. 합리적 시장주의자는 지금 형성된 가격이 시장의 모든 정보를 모두 반영한 합리적 가격이라고 주장하지만 ‘시장의 모든 정보’가 무엇을 얼마만큼 포함하는지를 설명하지 못하며, 버블과 같은 비이성적인 현상은 애써 무시한다. 즉, 가격은 단순히 투여 자본의 합이나 시장이 만들어낸 가장 합리적인 좌표가 아니다. 가격에는 소비자의 지불 의사와 공급자의 수취 의사를 나타내는 가치까지 포함되어 있다. 사람들은 더 많은 비용을 지불한 것에 더 애착을 가진다. 신도들이 지불한 헌금은 사실상 매몰비용임에도 신도들은 헌금을 더 많이 낼수록 더 헌신적인 신자가 된다. 게다가 자신이 보유한 물건에는 원래 가격 이상의 가치를 부여한다. 이런 보유효과 때문에 사람들은 주식을 쉽게 손절하지 못하고, 더 많은 수익을 기다린다.

 

가격은 정의롭지도 않다. 인도의 쓰레기장에서 플라스틱을 주워 파는 사람은 미래에 줄어들 자신의 수명보다 당장에 밥값을 더 걱정하기 때문에 위험하고 더러운 일에 선뜻 나선다. 그렇게 수명을 줄여가며 일해도 하루에 1달러를 채 벌지 못한다. 미래 가치까지 ‘합리적’으로 계산했다면 나타날 수 없는 상황이 어쩔 수 없이 우리 삶을 위협한다. 마찬가지로 개도국은 당장의 경제발전이 미래의 환경보다 더 큰 가치를 가지기 때문에 환경보호를 위한 국제연대가 쉽게 이루어지지 않는다.

 

저자는 일부다처제가 여성의 신분상승을 가능하게 만들었다고 주장한다. 즉, 거지의 본처로 사느니 누구나 부자의 4번째 부인으로 살고자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는 일부일처제로 아내의 지위가 안정된 이들이 느끼는 행복감의 가치를 무시한 발언이다. 신분 제도가 고착화된 과거 사회에서는 본처와 후처 간의 갈등, 사회의 천대 등을 감내할 만큼 신분 상승과 부의 존재가 컸다. 반면 현대에서는 법적으로 보장된 단 하나의 아내라는 지위가 주는 안도감이 스트레스 완화에 기여하고, 물질보다 더 큰 행복을 줄 수 있다. 누구나 부자의 후처를 원하는 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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