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것이 문화가 된다

728x90
반응형

사진 출처: 네이버 영화

바닥인줄 알았는데, 지하실이 있었다

가와지리 마츠코(川尻 松子), 53.

사인은 둔기에 의한 후두부 손상.

현재 직업 및 동거인 없음.

인근 주민은 그녀를 혐오스런 마츠코(嫌われ松子)”라고 불렀음.

 

<혐오스러운 마츠코의 일생(嫌われ松子の一生)>은 야마다 무네키(山田 宗樹)의 소설로 2006년에 나카시마 테츠야(中島 哲也) 감독이 영화화 했다. 영화는 아름답고 똑똑한 중학교 교사였던 마츠코가 남자들에게 휘둘리고 버림받으면서 점점 나락으로 떨어지는 과정을 신나는 노래와 춤, 꽃이 가득한 밝은 화면으로 그려낸다. 

 

“그 순간 인생이 끝났다고 생각했습니다”

 

절도.

중학교 교사인 마츠코는 수학여행 중에 제자()의 절도 사건을 수습하다가 진짜로 도둑질을 하고 만다. 이를 추궁받자 패닉 상태에서 학교에 사표를 던지고 가출을 해 버린다.

 

가정폭력.

작가 지망생(야메카와)과 동거하면서 상습적으로 폭력과 폭언에 시달린다. 부끄러움을 무릅쓰고 남동생에게 겨우 돈을 빌려왔지만 야메카와는 마츠코의 눈 앞에서 자살한다.

 

불륜.

야메카와의 친구인 오카노의 친절에 넘어가 그의 불륜 상대가 된다. 오카노가 자신을 사랑한다고 믿고, 본처의 외모를 확인한 후 그에게 결혼하자고 조르지만 버림받는다. 오카노는 단순히 야메카와의 재능을 질투해서, 친구의 여자를 탐했을 뿐이다.

 

매춘과 살인.

마츠코는 몸을 팔기 시작한다. 한때 최고 매상을 올리기도 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퇴물 취급을 받는다. 게다가 기둥서방(오노데라)은 그녀가 모은 돈을 다른 여자에게 써버린다. 마츠코는 분노를 못 이기고 오노데라를 살해한다.

 

자살미수와 복역.

자살하러 간 도쿄에서 이발사(시미즈)를 만나 동거한다. 한달 여의 짧은 행복 이후 살인죄로 8년 간 복역한다. 이발사에 대한 사랑으로 감방 생활을 버티며 미용기술도 배운다. 출소 후 시미즈를 찾아가지만 그에게는 이미 새로운 가족이 생겼다.

 

범죄.

야쿠자가 된 제자 류와 재회한다. 선생님을 좋아했다는 고백에 마츠코는 류와 사랑에 빠지고 동거한다. 외로운 게 죽기보다 싫었기에 차라리 야쿠자의 애인이 되길 선택했고, 류가 시킨대로 마약운반, 매춘 등 다양한 범죄에 동원된다.

 

죽음.

감옥에 간 류를 기다렸지만 류는 마츠코를 외면한다. 실의에 빠진 마츠코는 세상과 단절하고, 자기 자신을 버린다. 한때 아이돌에게 빠져 맹목적인 사랑을 보내기도 하지만 당연히 그 사랑은 보상받지 못한다. 정신착란까지 온 마츠코는 정신과에 다니다가 우연히 옛 친구를 만난다. 처음엔 부끄러움에 도망쳤지만 어쩌면 새로운 인생을 시작할 수 있다는 희망을 가지게 된다. 재생의 의지를 갖고 집 밖에 나간 순간, 불량 청소년들에게 맞아 죽는다.

 

사랑받고 싶어서 몸부림쳤다

사랑받고 싶었다. 사랑받기 위해 내키지 않음에도 상대방이 시키는 일을 했고, 그 기대에 못미쳤을 때는 충동적으로 행동했다. 이런 마츠코의 행동은 불안정한 대인관계, 반복적인 자기파괴적 행동, 극단적인 정서변화와 충동성을 나타내는 '경계성 인격장애'로 볼 수 있다(출처: 서울대학교병원 의학정보, 서울대학교병원).

동시에 마츠코는 자존감이 매우 낮은 모습을 보여준다. 70년대 당시 대학교육을 받은 여교사는 엘리트 계층이었지만 마츠코는 지위와 지식에 맞지 않게, 절도 사건을 추궁받자 금세 패닉에 빠진다. 논리적으로 충분히 항변할 수 있었음에도 그 자리를 모면하기 위해 거짓말을 하고, 도망친다. 동거하던 애인들에게 이유도 없이 상습적으로 폭행당했지만 한번도 반항하지 않았고, 오히려 폭력을 정당화했다. 실력있는 미용사가 되었지만 애인이 생기자 곧 일을 그만둔다. 자신의 지적, 기술적 능력보다 상대방의 얄팍한 사랑에 더 의존했다.

 

마츠코의 인격 장애와 낮은 자존감은 심각한 애정결핍에서 비롯됐다. 어린 시절 마츠코는 아버지에게 사랑받고 싶었고, 어떻게 하면 아버지의 관심을 받을 수 있을까 고민했다. 아버지를 웃게 하려고 이상한 표정을 지었고, 아버지가 원하는 대로 학교에 갔으며, 직업을 선택했다. 그런데도 아버지는 아픈 여동생만 챙기고, 마츠코에게는 화를 냈다. 아무리 노력해도 아버지는 나를 돌아보지 않는다는 절망감이 마츠코의 자존감을 갉아먹었다. 그 결과 남자가 조금이라도 자신에게 관심을 보이면 금방 사랑이라고 믿으며 빠져들었다.

물론 모든 애정결핍이 마츠코처럼 극단적인 자기파괴적 행위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그럼에도 아버지와의 뒤틀린 관계가 마츠코를 비극적 운명으로 이끌었음은 부정할 수 없다. 

 

100%의 사랑을 했다

“그 사람과 함께라면 지옥 끝까지 갈 수 있어. 그게 내 행복이야!”
“네 고모는 나 따위보다 훨씬 멋진 여자였어.”
“무서웠어요. 태어났을 때부터 한 번도 사랑 받지 못한 나 같은 인간에게 마츠코의 애정은 너무나도 눈부시고 아프고 두려운 것이었습니다. 마츠코는 나의 신이었습니다.”

 

마츠코의 남동생인 노리오는 마츠코의 유골함을 보며 시시한 인생이었다고 평한다. 가출, 불륜, 매춘, 살인 등으로 점철된 마츠코의 인생은 어느 면으로 보나 결코 아름답다고 할 수 없다. 그렇게 사랑을 갈구했으나 단 한번도 제대로 사랑받지 못했고, 결국 길에서 쓸쓸하게 죽었다. 그럼에도 노리오의 아들이자 마츠코의 조카인 쇼는 마츠코의 인생에 대해 알아갈수록 단순히 연민을 넘어선 경이로움을 느낀다.

 

마츠코는 언제나 최선을 다해 사랑했다. 상대방의 조건이나 애정의 크기를 따지지 않았다. 사랑하는 동안 그녀는 흔들림이 없었고, 얼굴은 밝게 빛났다. 범죄에 빠지고, 자신을 파괴했을지라도 그녀는 행복했다. 그녀의 남자들이 그 사랑을 감당할만한 그릇이 되지 않았을 뿐이다. 어떤 사람들은 마츠코의 인생사에, 자기파괴적인 행동에 경악하고, 혀를 찬다.

그러나 사랑에 대해 고민해 본 적 있는 이라면 매 순간 충실히, 모든 것을 바쳐 사랑하는 마츠코의 흔들림없는 모습에 마음 한구석이 아려오지 않을까.

 

“인간의 가치란 다른 사람에게 뭘 받았느냐가 아니라 뭘 해줬느냐야”

 

공유하기

facebook twitter kakaoTalk kakaostory naver band
load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