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것이 문화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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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출처:  HBO 홈페이지, By Home Box Office, Inc. - Screen capture from the TV series 

 

무엇을 위해 싸우는가

왕이 죽었다. 왕자가 왕위를 물려받았지만 각지에서 반란이 일어났다. 어떤 이는 새로운 왕의 정통성을 부정하며, 어떤 이는 죽은 아비의 명예를 위해, 어떤 이는 혼란을 틈타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 싸웠다.

 

타이윈 라니스터는 가문을 지키기 위해 싸웠다. 정략결혼과 배신, 동맹을 반복했다. 그러나 그가 그렇게 소중히 여기던 가문은 근친상간과 혈육에 대한 멸시 때문에 자멸했다.

롭 스타크는 반역자로 몰려 억울하게 죽은 에다드 스타크의 명예를 위해 싸웠다. 북부인들은 스타크의 명예를 위해 힘을 합쳤고, 목숨을 바쳤다. 그러나 롭은 왕이라 칭했고, 사랑을 위해 약속을 어겼다. 명분은 사라졌고, 전투에서는 이겼지만 전쟁에서는 졌다.

 

사람은 무엇을 위해 싸우는가? 태초에는 살아남기 위해 싸웠고, 오랜 기간 부와 권력을 위해 싸웠으며, 때로는 명예를 위해 목숨을 내놓기도 한다. 싸움이 정당화되려면 명분이 있어야 한다. 명분이 없는 싸움은 단순한 도륙에 불과하다.

 

 

무엇이 왕을 만드는가

어떤 이들은 왕의 핏줄이기 때문에 왕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렇게 태어나기만 하면 모두가 우러러보고 따를 것이라 믿었다. 그래서 타가리옌도, 바라테온도 정통성을 주장하며 킹스랜딩으로 향했다. 그러나 모든 이가 왕의 핏줄을 따른 것은 아니다.

 

무리에는 우두머리가 생기기 마련이다. 태초에는 힘이 강한 사람이 우두머리가 되었다. 그래야 무리를 먹여 살리고, 지킬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 우두머리가 자신의 자손에게 자리를 물려주기 위해 왕권신수설을 만들었다. 왕은 하늘이 정해준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무리가 우두머리를 따르는 건, 그에게 권력을 주는 건 그가 무리를 지켜주기 때문이다. 자신만을 생각하며 남을 탈취하는 것이 아니라 의식주를 나눠주고, 무리를 지키기 위해 자신을 희생하기 때문이다. 북부인이 스타크를 따랐던 것은 스스로를 낮췄고, 위험할 때 제일 앞에 나섰으며, 손에 피를 묻혀야 할 때도 물러서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왕좌는 사람과 사람 사이에 계약으로 정해진 자리다. 왕이 되는 핏줄 따위는 없다. 더 강한 사람이 나타나 더 많은 이를 먹여살릴 수 있다면 사람들은 그를 따른다. 혈통을 따지며 오만하게 구는 자들은 머지않아 무리를 잃는다.

 

 

무엇으로 왕좌를 지키는가

힘으로 왕좌를 차지할 수는 있다. 그러나 그렇게 차지한 나라를 운영하는 것은 힘만으로는 되지 않는다.

 

대너리스 타가리옌은 혈통이 주는 명분과 용이 주는 힘으로 땅을 정복했다. 그 땅의 노예를 해방시켰고, 지배자들을 도륙했다. 자비를 베풀어 지역 유지를 자기 세력으로 흡수하라는 조언을 무시했다. 결국 자유 도시들이 혼란에 빠졌다. 기존 체제가 무너져 무법천지가 되었고, 살인과 절도, 강간이 빈번해졌으며, 노예 생활을 그리워하는 자들마저 생겼다. 대너리스는 정복은 했지만 통치를 하지 못했다.

로버트 바라테온은 미친 왕의 몰아낸다는 명분과 영주들의 지원에 힘입어 철왕좌의 주인이 되었다. 왕이 된 그는 술과 향락에 빠졌고, 국정은 다른 이에게 맡겼다. 그는 훌륭한 전사였으나 좋은 왕은 아니었다. 그나마 조언에 귀 기울일 줄 알았고, 국정에 능한 이를 적재적소에 배치했다.

 

힘이 없으면 정복당한다. 하지만 사람이 사람다운 나라를 만들려면 물리적 힘만으로는 부족하다. 힘과 지혜가 균형을 이뤄야 오래도록 영광을 누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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