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것이 문화가 된다

728x90
반응형

사진 출처: 네이버 영화

 

그딴 별 따위

 

맛있는 음식이란 무엇일까? 모두가 납득할만한 “맛”이라는 것이 있을까? 미슐랭 3 스타를 받은 요리는 정말 맛있는 걸까?

 

맛이란 상당히 주관적이다. 맛은 인간이 속한 지역과 기후, 역사와 문화의 영향을 받는다. 추운 곳에 사는 사람들은 독한 술을 마시고, 적도 주변의 사람들은 매운 고추를 먹는다. 누군가는 양갈비를 맛있게 먹지만 아무리 손질을 잘 한 고기라도 양갈비를 손도 못대는 사람이 있다. 지금까지 살아온 시간과 경험이 자신에게 익숙한 맛을 결정하기 때문에 “맛있다”라는 감각은 경험치 안에서만 구현된다. 경험한 적 없는 맛은 상상하기도, 즐기기도 어렵다.

 

그럼에도 맛이라는 것을 별의 개수로 객관화할 수 있을까? 애초에 미슐랭 가이드는 프렌치 레스토랑의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다. 다수의 로컬 음식이 프렌치에 비해 맛이 없는 건 아님에도 미슐랭 가이드를 만드는 이들의 경험치가 그쪽에 편중되었기 때문이다. 애초에 별점을 매긴다는 것 자체가 오만한 행위이다. 오만한 인간들이 별 개수로 타인의 성과를 평가하고, 실제로 그 음식을 먹어보지도 않은 사람들은 글과 사진을 퍼나르며 조롱한다.

 

그래서 별 2개를 받은 셰프 칼 셰이퍼는 외친다. 진짜 아프다고! 평론가란 사람들이 그렇게 써놓은 글이 진짜 아프다고.

 

 

남자의 자존심 vs. 셰프의 자부심

 

셰프는 유명한 평론가에게 자신만의 참신한 메뉴를 선보이고 싶지만 “안전한 메뉴”를 강요하는 사장 앞에서 타협하고 만다. 그 타협 때문에 셰프는 직장과 명성을 잃는다. 바닥으로 떨어진 그는 전부인의 전남편에게 겨우 푸드트럭을 얻는다.

 

셰프는 그 음식을 먹는 사람이 누구든 최고의 음식으로 최고의 경험을 주려 했다. 토스트를 만들 때에도 최선을 다해 집중하고, 웨이트리스 몰리에게 파스타를 만들어주고 나서도 뿌듯한 표정을 짓는다. 밤새워 메뉴를 개발하고, 최고의 재료로 최고의 음식을 만든다. 그의 아들 퍼시가 돈도 내지 않은 인부들에게 새까맣게 탄 샌드위치를 주려하자 셰프는 이렇게 말한다.

 

내 인생은 성공한 삶은 아니야. 사실 좋은 남편도 아니고, 미안하지만 좋은 아빠도 아니었어. 하지만 난 요리는 잘해. 난 이걸 너와 나누고 싶었어. 내가 배워온 것들을 너에게 알려주고 싶었다고.

 

 

사람을 죽이고, 살리는 SNS

 

셰프 칼 셰이퍼는 SNS때문에 망했다. 그저 쪽지인 줄 알았던 트위터 때문에 공개 결투를 하게 되고, 평론가에게 욕을 하는 장면이 그대로 녹화되어 유튜브를 통해 퍼지는 덕에 하루아침에 모든 걸 잃게 된다.

 

하지만 그를 살린 것도 SNS다. 아들 퍼시가 올린 트위터, 동영상은 사람들을 불러 모았다. 지역성을 드러내는 재료로 만들어 낸 최고의 음식, 그 음식을 즐기는 사람들의 행복한 표정은 SNS를 타고 널리 퍼졌고, 칼의 명성을 다시 찾아주었다.

 

 

몸은 지옥이라도 마음만은 천국이어라

사진 출처: 네이버 영화

 

칼은 셰프라는 명칭에 집착했다. 푸드트럭에서 자신만의 음식을 마음껏 하라는 주변의 충고에도 셰프는 레스토랑에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런 그가 결국엔 푸드트럭을 몰게 되었다. 영업금지 구역을 단속하는 경찰 눈치를 보고, 밤새도록 운전을 해서 다른 지역으로 옮겨가야 한다. 몸은 피곤하지만 이젠 사장이 되어 자기 마음대로 메뉴를 정할 수 있다. 무엇보다 사랑하는 아들과 하루 종일 같이 음식을 만들 수 있다.

 

칼은 몸은 힘들지만 정말로 행복해한다. 비록 작은 푸드트럭이지만 셰프로서 자부심을 지킬 수 있고, 가족과 자신의 시간을 나눌 수 있다. 우리에게 정말로 중요한 것은 무엇일까? 그깟 별점에 휘둘리는 명성일까? 아니면 자부심을 갖고 내놓는 샌드위치일까? 좋아하는 음식을 실컷 만들면서도 가족과 함께 보내는 시간일까?

 

사람은 가끔 중요한 것을 잊는다. 나락에 떨어져서야 그것이 중요한 것이었음을 깨닫는다. 셰프 칼 셰이퍼는 중요한 것들을 너무 늦지 않게 다시 찾았다.

공유하기

facebook twitter kakaoTalk kakaostory naver band
load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