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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출처: YES24

 

인간은 왜 타인을 용서하지 못할까?

이 책의 원래 제목은 <인간은 왜 타인을 용서하지 못할까?(人は,なぜ他人を許せないのか?)>이다. “내가 옳고, 타인은 그렇지 않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타인을 용서하지 못한다”라는 주장에서 번역서의 제목을 <정의 중독>으로 도출했다. 

 

저자는 SNS에서 늘어나는 증오 표현을 보면서 인간이 타인을 용서하지 못하고, 발끈하는 이유를 “뇌 과학”으로 설명한다.

 

나와 다름을 이해하지 못하고, 상대를 ‘용서하지 못하는’ 정의 중독은 사실 인간인 이상 어쩔 수 없는 부분이다. (중략) 설령 타인의 언행에 거부감을 느껴도, 뇌 구조를 알고 나면 무의미한 싸움에 에너지를 소모하지 않고 복수로 누군가에게 상처 주지도 않으며 편한 마음으로 지켜볼 수 있게 될 것이다. 토끼를 생각해 보자. 토끼의 대뇌는 정의 중독을 일으키기엔 너무 작아서 인간처럼 선악을 기준으로 한 행동을 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삶의 의미를 찾으며 고민할 일도 없고, 물론 죽음의 의미도 알 리가 없다. 그저 풀을 뜯어 먹고 살다 새끼를 낳고 생을 마감한다. 아무 생각 없이 그렇게 사는 것이다. 인간은 대뇌가 지나치게 발달한 나머지, 토끼와 달리 사고를 관장하는 대뇌 신피질이 크게 팽창했다.-33-34p

 

 

정의의 기준은 각자 다르다

정의는 절대적인 개념이지만 상대적인 기준을 가진다. 특정 집단, 특정 가족, 각 개인이 규정하는 정의는 모두 다르다. 프랑스에서는 적극적으로 토론해야 하지만 일본에서는 자기주장이 강한 사람을 배척한다. 이런 차이는 왜 발생하는 것일까? 저자는 기질이 환경의 영향을 받아 바뀔 수 있다고 본다. 섬나라에 자연재해가 많은 일본에서는 조직에 동화되는 것이 생존에 필요했기 때문에 자기주장만을 내세울 수 없었다고 설명한다.

 

 

인간의 뇌는 대립하도록 만들어져 있다

저자는 사람마다 뇌 구조가 다르다고 주장한다. 진보의 뇌와 보수의 뇌가 다르며, 이렇게 편향되는 건 뇌의 알고리즘이라고 본다. 자신만의 정의에 빠져버리면 타인을 비난할 때 도파민이 분비되고, 그 행위에 의존하게 된다.

 

인간은 본래 자신이 속한 집단 외의 것은 받아들이지 않고 공격하는 습성을 지녔다. 이때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는 것이 도파민이다. 우리가 정의 중독에 빠질 때 뇌에서는 도파민이 분비된다. 도파민은 쾌락과 의욕 등을 관장하며 뇌를 흥분시키는 신경 전달 물질이다. 한마디로 기분 좋은 상태를 만들어 주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자신의 집단을 지키기 위해 다른 집단을 공격하는 행위를 정의라 생각하고, 사회성을 유지하기 위해 필요한 행위로 인식한다. 공격하면 할수록 도파민으로 인해 쾌락을 느끼게 되므로 점점 끊기가 힘들어진다. 자신들이 말하는 정의의 기준에 맞지 않는 사람을 두고 정의를 위협하는 ‘악인’이라고 비난하며 쾌감을 느끼는 것이다.-93-94p

 

이렇게 ‘정의를 위해 몸 바쳐 싸우는 것’은 뇌과학적으로 봤을 때 그 효용이 결코 적지 않으며, 뇌 안의 보수계를 활성화시키는 효과가 있다. 인간을 유심히 관찰하여 ‘타인을 용서하지 못하는 감정’을 정의와 결부시키고 집단 내의 결속을 도모하는 데 이용하는 동시에, 그 자체에서도 쾌감을 느끼는 것이다.-108-109p

 

사람의 뇌는 나이를 먹으면서 늙고, 보수화된다. 이때 보수는 진보의 대립 개념이라기보다 기존의 자기주장에 더욱 집착하게 되는 상태를 의미한다. 따라서 나이를 먹을수록 새로운 주장을 수용하기보다 더욱 격렬하게 비난하게 된다.

 

 

메타인지를 키워라

자신과 조금만 달라도 부들부들 떨면서 분노하는 상태에서 벗어나려면 “뇌를 바꿔야 한다”. 뇌를 젊게 유지해야 타인의 주장을 받아들이고, 분노하지 않을 수 있다. 뇌를 젊게 만들려면 새로운 경험을 하고, 메타인지를 활용해야 한다.

 

 

신선한 접근, 뻔한 이야기

책의 두께도 얇고, 어려운 개념이 없어서 쉽게 읽을 수 있는 책이다. 하지만 뇌 그림 하나라도 넣어줬으면 보다 쉽게 의미를 전달하지 않았을까 싶다. 어려운 개념은 없지만 그만큼 뜬구름 잡는 이야기만 이어진다. SNS에서 분노하는 사람들이라는 현상은 잘 포착했으나 원인 분석은 두리뭉실하고, 해결 방법은 희망사항을 나열하는 데 그치기에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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