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것이 문화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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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출처, 왼쪽 위: YES24, 나머지: 네이버 영화 

 

때로는 바로 옆에 붙어있는 사람보다 조금 멀리 떨어진 사람에게 위로를 받기도 합니다. 같은 시공간에서 복작복작하면 상대방의 진짜 장단점을 볼 수 없기 때문이죠. 그래서 우리는 라디오에 사연을 보내고, 인터넷 게시판에 하소연을 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같은 장소에 있지만 다른 시대에 살고 있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그들은 얼굴을 마주보고 이야기할 수는 없지만 편지로, 전화로, 무전으로 서로의 마음을 전합니다. 그러면서 복잡한 마음을 정리하고, 용기를 얻기도 하며, 서로의 목숨을 구하기도 하고, 안타까운 사랑을 하기도 합니다.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은 히가시노 게이고의 소설로 그의 작품 중에서는 드물게 해피엔딩인 휴먼 드라마입니다. 지금은 주인을 잃고 폐가가 된 나미야 잡화점에 좀도둑 3명이 숨어듭니다. 경찰의 눈을 피할 때까지만 숨어있으려고 했는데, 가게 안으로 편지가 날아듭니다. 읽어보니 과거에서 온 편지입니다! 이상한 일에 휘말릴까 두렵기도 하지만 저마다의 고민을 담은 편지를 외면할 수 없었기에 좀도둑들은 성심성의껏 답장을 써줍니다. 사실 나미야 잡화점은 주인 할아버지가 계실 때부터 고민 상담소로 유명했습니다. 할아버지가 떠난 이후에도 어떤 간절한 소망 때문에 과거와 미래가 연결되어 고민 상담을 해주게 된 겁니다. 미래에서 온 편지인지도 모르고 답장을 받은 이들은 저마다 상처를 위로받고, 희망을 얻게 됩니다.

 

<시월애(時越愛)>는 제목 그대로 시간을 초월한 사랑이야기입니다. 일 마레(Il mare)라는 집을 배경으로 1998년의 성현(이정재)과 2000년의 은주(전지현)가 편지로 이야기를 나눕니다. 집 앞에 있는 빨간 우체통이 두 사람을 이어주죠. 1998년의 성현은 은주가 구해다 준 아버지의 유고집을 보면서 아버지를 이해하고, 2000년의 은주는 성현에게 잃어버린 자신의 인연을 찾아달라고 합니다. 서로에 대해 알아가고, 서로의 부탁을 들어주면서 사랑하고 있음을 느끼는 두 사람은 미래를 바꾸려고 합니다.

 

사진 출처: 네이버 영화, <시월애>

 

<동감(同感)>에서는 편지가 아닌 무선통신으로 소통합니다. 소은(김하늘)과 지인(유지태)은 같은 학교에 다닙니다. 개기월식이 일어나던 밤, 두 사람은 무선통신으로 연락하고 학교 시계탑 앞에서 만나기로 약속하지만 아무리 기다려도 서로 만날 수가 없습니다. 소은은 1979년에, 지인은 2000년에 살고 있기 때문입니다. 두 사람은 시대는 다르지만 20대 청춘으로 갖는 우정과 사랑, 불안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며 친해집니다. 그러나 21년의 시간 차이 때문에 안타깝게 스쳐 지나갑니다.

 

<미래를 걷는 소녀(東京少女)>에서는 무려 100여 년 전 사람과 핸드폰으로 통화를 합니다! 미호(未步)는 21세기 도쿄에 사는 여고생으로 SF작가를 꿈꿉니다. 지진이 났을 때 떨어뜨린 핸드폰이 무려 1912년, 메이지 시대로 가 버리고, 소설가 지망생인 토키지로가 미호의 핸드폰을 줍게 됩니다. 달이 떠있는 동안 두 사람은 통화를 하면서 100년의 시간을 넘어 에도와 도쿄와 살고 있다는 걸 알게 됩니다. 두 사람은 통화하면서 같은 장소를 걷는 데이트도 하고, 소설가 지망생으로서의 고민도 서로에게 털어놓습니다. 소설가로서 명성을 남기고 싶은 토키지로와 그런 그를 응원하는 미호. 하지만 아무리 찾아도 소설가 토키지로의 작품이나 명성은 남아있지 않습니다. 그 이유를 알게 된 미호는 토키지로에게 연락하지만 야속하게도 1912년의 핸드폰은 배터리가 얼마 남아있지 않습니다. 아니 배터리가 아니더라도 토키지로는 이미 자신의 길을 가기로 마음먹습니다.

 

 

 

과거의 사람들은 미래를 알고 싶어 하고, 미래의 사람들은 과거를 바꾸고 싶어 합니다. 서로의 안타까운 사연에 공감하고, 서로 도와주려 하지만 미래를 알게 된다고, 과거를 바꾼다고 해서 모두 행복해지는 건 아닙니다. 하지만 시간을 넘어 누군가 나를 위로해주고, 도와주려 했다는 점은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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