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것이 문화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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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출처: 네이버 영화

 

아버지와 아들의 관계는 어렵습니다. 많은 이가 사내끼리 좋은 친구 같은 관계가 되기를 바라지만 실제로는 어정쩡한 수직 관계에서 대화를 잃기 십상입니다. 아들에게 아버지는 존경의 대상이자 경쟁자이기도 합니다. 언젠가는 다다르고 싶은 존재, 그렇기에 때로는 작은 실수에도 크게 실망하고 더 미워하게 되기도 합니다.

 

<굿바이(おくりびと)>에서 주인공 다이고는 도쿄의 오케스트라의 첼리스트로 일했지만 정리해고당했습니다. 어쩔 수 없이 고향에 돌아왔고, 먹고살기 위해 장의사가 됩니다. 도쿄에서 첼리스트로 일할 때는 주변 사람들에게 존경을 받았는데, 장의사가 되니 모두들 피하고, 비난하기만 합니다. 심지어 아내조차도 “더럽다”라고 말하고 떠납니다. 그럼에도 다이고는 삶과 죽음을 연결하는 장의사의 가치를 배워갑니다. 그러던 어느 날 떠났던 아내가 돌아옵니다. 아이가 생겼다고, 아이의 아버지로 다른 일을 찾으면 안 되냐고 말합니다. 다이고는 고민합니다. 나의 아이에게 어떤 아버지가 되어줄 것인가.

 

사진 출처: 네이버 영화

 

영화 마지막에 다이고는 바람이 나서 자신과 어머니를 버리고 떠난 아버지의 부고를 듣습니다. 이제는 얼굴도 기억나지 않는 아버지, 상처만 줘서 원망했던 아버지. 그 사람의 죽음 앞에서 나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 머뭇거리는 다이고에게 아내가 아버지를 모시러 가자고 말합니다. 평생을 원망했던 아버지인데, 혼자 쓸쓸히 고독사를 했습니다. 남긴 것이라곤 작은 돌멩이 하나 뿐이었죠. 어린 다이고가 아버지에게 드렸던 그 돌멩이입니다. 평생을 미워했고, 그래서 기억에서 지웠던 아버지인데, 아버지는 다이고를 평생 그리워했습니다. 다이고는 정성을 다해 아버지를 염하고, 관에 모셔서 천국에 보내드립니다.

 

 

<빅 피쉬(Big Fish)>에서 윌리엄 블룸은 아버지 에드워드가 부끄럽습니다. 아버지는 입만 열면 거짓말을 하기 때문이죠. 윌이 태어날 때 봤다던 거대한 물고기는 차라리 애교에 가깝습니다. 거인과 늑대인간, 샴쌍둥이와 전쟁, 마녀가 등장하는 에드워드의 모험 이야기를 누가 진짜라고 믿을 수 있을까요? 수십 년간 똑같은 거짓말을 해 온 아버지에게 질려서 이젠 아버지와 말도 섞지 않습니다. 그런데 아버지가 암으로 죽어가고 있습니다. 아버지에게 제발 사실을 말해 달라고 하지만 아버지는 여전히 헛소리만 합니다.

사진 출처: 네이버 영화

 

아버지는 미안했을 겁니다. 전쟁 때문에, 외판사원으로 전국을 떠도느라 오래도록 기다리게 한 게 미안해서 그렇게 이야기를 해준 겁니다. 팍팍한 현실을 지우고자 환상의 세계를 만들어 준 겁니다.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나서야 아들은 그걸 깨닫고 눈물을 흘립니다. 그리고 자신의 아들에게 할아버지의 멋진 모험담을 이야기해줍니다.

 

 

<더 저지(the judge)>에서 행크는 잘 나가는 변호사지만 가족과 사이가 좋지 않죠. 전도유망한 형의 앞날을 망쳤다는 죄책감, 그 일을 계기로 완전히 관계가 틀어진 아버지. 그러던 어느 날, 어머니의 부고를 듣고 고향에 내려가 가족을 만납니다. 어색한 시간이 흐르고, 이제 돌아오려는데 아버지가 살인용의자로 잡혀 갑니다. 비록 사이는 안좋았지만 아버지는 지방 판사로 평생 올곧게 사신 분입니다. 아버지의 무죄를 입증하기 위해 행크가 변호에 나서지만 꼬장꼬장한 아버지와 사사건건 부딪힙니다. 그리고 너무 오랜 시간이 흐른 뒤에 아버지와 아들은 마음의 골을 메워가게 됩니다.

 

 

제일 가깝기 때문에 제일 어려운 존재. 닮고 싶고, 이기고 싶기에 더욱 멀게 느껴지는 존재가 아버지가 아닐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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