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것이 문화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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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출처: 네이버 영화, YES24

많은 문화권에서 죽음은 반갑지 않은 존재입니다. 생명이 꺼진 존재는 불길하며, 심지어 더럽다고 멀리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그 존재는 얼마 전까지 우리와 같이 살아 숨 쉬고 있었죠. 살아있는 동안 자신만의 세계를 만들었으며, 그것을 살아있는 자들에게 남기고 갑니다. 남은 사람들은 떠난 이의 흔적을 치우며, 그의 삶의 무게를 오롯이 느끼게 됩니다.

 

<굿바이(おくりびと)>에서 주인공 다이고는 도쿄의 오케스트라에서 첼리스트로 일했지만 정리해고당했습니다. 어쩔 수 없이 고향에 돌아왔고, 먹고살기 위해 급하게 ‘여행사’에 취직을 합니다. 그런데 여행사인 줄 알았던 이 회사… 사실은 장의사입니다. ‘죽은 자를 천국으로 여행 보낸다’라는 부연 설명은 왠지 핑계처럼 들립니다. 다이고는 이런 일은 해본 적도 없고, 꺼림칙해서 도망치려 하지만 거액의 현금을 받게 되자 고민합니다. 결국 조금씩 일을 배워나가면서 죽은 자의 삶과 대면합니다. 어떤 이는 고독사를 해서 악취를 남기고 가고, 어떤 이는 자신이 원하는 성별로 떠나고자 합니다. 어떤 이는 평생 안 해 본 일을 장례식에서 해달라고도 합니다. 죽은 이의 의복을 챙기고, 아름다운 모습으로 화장을 해주면서 다이고는 생각합니다. 죽음이란 무서운 것도, 그렇게 슬픈 것도, 그렇다고 더러운 것도 아니라고. 그것은 어떤 단절이 아니라 지극히 자연스럽게 이어진 우리 삶이라고.

 

<고독사를 피하는 법(How Not to Die Alone)>에서 주인공 앤드류는 평범한 구청 직원입니다. 그런데 하는 일이 조금 특이하죠. 고독사한 사람들의 집에 가서 재산을 조사하는 겁니다. 영국에서는 고독사를 한 사람은 구청에서 장례를 치르는데, 그의 재산이 남아있으면 거기에서 장례비용을 충당하기 때문입니다. 죽은 자의 집을 조사하면서 혹시나 남아있는 법정상속인을 찾기도 합니다. 앤드류는 이미 시체도 떠난 집에서 고인의 물건들과 마주합니다. 어떤 이는 악취와 벌레를 남기고 가고, 어떤 이는 생애 마지막 순간까지 깨끗이 청소한 집을 남겨놓습니다. 어떤 이의 마지막 순간은 포르노 영화와 케익 한 조각 이기도 합니다. 고인은 어떤 삶을 살았을까, 왜 혼자 살았을까, 유족은 그의 죽음을 어떻게 생각할까. 그렇게 수많은 죽음을 마주하지만 정작 앤드류는 그의 인생에 있었던 3번의 죽음, 어머니, 누나, 그리고 연인과의 이별에서 벗어나지 못합니다.

 

사진 출처: 넷플릭스, YES24

유품 정리사라는 직업을 아시나요? 장의사와 구청 직원까지 지나간 자리에 유품 정리사가 등장할 차례입니다. 말 그대로 고인의 모든 짐을 치우는 일이지만 단순한 청소가 아닌 고인의 삶을 정리해 주는 일입니다. 고독사를 해서 유족이 없는 경우, 때론 사정상 고인의 유품을 치울 수 없는 유족을 대신하기도 합니다. 고인이 남긴 물건에는 그의 삶이 담겨 있습니다. 취준생의 캐리어와 이력서, 노부모의 가족사진과 핸드폰… 고인이 떠난 당시에는 너무 무거웠던 기억들은 시간이 지나면 그리움으로 돌아옵니다. 그것이 유품을 버리기만 해서는 안 되는 이유입니다. 유품정리사가 자신의 경험을 적은 에세이 <떠난 후에 남겨진 것들>을 모티브로 만든 <무브 투 헤븐(Move to Heaven)>에서는 떠난 자가 남긴 물건과 남아있는 사람들의 감정이 교차합니다.

 

 

어떤 이는 죽음 자체만을 두려워하지만 어떤 이는 자신이 떠난 이후를 걱정합니다. 누구라도 죽음을 피할 수 없지만 누구도 경험해 본 적 없는 낯선 일이기도 합니다. 죽음에 대해 생각한다는 것, 죽은 이후 남겨진 이를 생각한다는 것은 결국 누구와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에 대해 생각하는 일입니다. <고독사를 피하는 법>의 영국판 원래 제목은 <Something to Live For(살아가기 위해 필요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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